"구체적 사실관계 확인 및 대응방안 밝히기 어렵다"
모바일 'D램價 상승' 부담 원인…시장 여파 '미미'
[서울=뉴스핌] 양태훈, 김성수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스마트폰용 D램 반도체의 가격을 담합했다는 의혹에 대해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27일(현지시각)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 대형 로펌 하겐스버먼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 법원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하겐스버먼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불법적 이득을 취했다"며 "D램 시장의 96%를 차지하는 이들 회사의 가격 담합으로 D램 가격은 2016~2017년까지 130% 치솟았고, 이 기간에 세 회사는 D램 판매로 발생한 매출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주장했다.
<CI=삼성전자, SK하이닉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가격담합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나 향후 대응방안 등을 밝히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선은 앞으로의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이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인 것.
반도체 업계는 이번 가격담합 의혹에 대해 제조원가 상승에 부담을 느낀 세트(완제품) 업체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모바일(스마트폰, 태블릿PC 등)용 D램 가격이 올라 세트업체의 제조원가 부담이 늘어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양사가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모바일 D램 가격은 올해도 계속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올해 주요 스마트폰의 제조원가 비중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 출시한 갤럭시S9+(64GB 기준)의 경우 총제조원가가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S8+보다 약 43달러(한화 약 4만6000원) 증가한 376달러(한화 약 47만1700원)로, D램을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가 제조원가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스마트폰용 D램 평균가격(D램 익스체인지 기준)은 지난해 1분기 기가비트(Gb)당 0.8달러(한화 약 850원)에서 올해 1분기 0.95달러(한화 약 1000원)로 17.65%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다수의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가격담합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지난 2004년 D램 가격담합 혐의로 양사의 임직원 16명이 구속되고, 1조원에 가까운 벌금을 낸 후 양사는 가격답합 의혹이 불거지지 않도록 그간 실무자간 접촉을 삼가왔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양사 실무자간의 메모리 가격과 관련된 논의를 하는 등의 담합 소지가 있었지만, 가격담합으로 벌금을 낸 이후에는 실무자간 어떤 만남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 가격담합 의혹은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가격이 높은 상황에서 양사의 수익성이 크게 늘고 있어 제기된 것으로 보이며, 가격도 담합의 결과가 아닌 시장논리(수요와 공급)에 의해 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가격담합 의혹에 따른 향후 시장에 미치는 여파도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D램 가격이 너무 올라서 이제 더 이상 오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실무자간 접촉이 없어 가능성이 없는 만큼) 담합 소송 건이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각각 15조6400억원, 4조3673억원의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도 각각 56%, 50%를 기록하는 등 신기록을 경신했다.
fla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