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통일대박' 발언 후 신설
통일 후 경제통화 정책관련 연구 활발
향후 북한 대외개방도 따른 수혜분석 발간 예정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통일은 대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남긴 가장 유명한 어록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4년 신년기자회견에서 '북한붕괴-통일대박'을 발언했고, 이후 체계적인 북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한국은행에선 같은해 7월 북한경제연구실을 신설했다.
이런 역사의 아이러니 속에 만들어졌지만, 현재 한은 북한경제연구실은 문재인 정부 '한반도 운전자론'의 싱크탱크(think tank)로 자리매김했다. 싱크탱크는 정부지원으로 사회정책, 정치전략, 경제, 군사, 기술, 문화 등과 같은 주제들에 대해 연구하는 기관이나 연구소를 가리킨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앞에서 국군의장대 사열을 마친 후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8.4.27 |
특히 북한경제연구실 연구 성과 중 추격성장에 대한 연구는 대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동현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실 연구실장은 "남한과 북한의 경제력이 2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북한이 남한수준에 맞추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 경제정책을 운용해야 하는 지를 연구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북한이 중국식 사회주의 전환·남북통합이 돼야 추격성장 가능성이 높고,현 북한체제를 유지하는 '현상유지형'으로는 추격성장이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한국은행은 2014년 '북한 경제의 추격 성장 가능성과 정책 선택 시나리오'를 발간했다.
통일 후 경제통화 정책관련 연구도 활발하게 준비중이다. 북한경제연구실은 한국과 북한의 일대일 통일, 흡수통일, 중국·홍콩과 같은 1국가2체제 등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통일후 경제·통화정책에 대한 기초 연구도 진행중이다. 아울러 북한경제 동향이나 제도·정책 변화 등을 계속 체크하고 있다.
이런 활발한 연구에도 불구 공개 자료는 많지 않다. 이 실장은 "발간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자료는 비공개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북한경제연구실에서 그동안 계속 비공개 자료를 만들어 청와대로 계속 보고해 왔다"고 귀뜀했다. 지난달 이주열 총재 청문회 당시 모 의원이 지난 1년간 북한경제연구실 발간 자료가 2건에 그친 것을 두고 질타를 했던 것은 이런 속사정을 몰랐기 때문이다.
◆ 상식 뒤엎는 연구결과 많아..."통일되면 출산률 더 낮아져", "북한 폐쇄경제 아냐"
북한경제연구실에서 내놓은 연구 결과 중에 기존 상식을 뒤엎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7월에 발간한 '통일과 고령화'는 통일 후 출산률 급감에 따라 고령화 완화 정도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내용으로 충격을 안겨다 주기도 했다.
이동현 연구실장은 "통일이 이뤄진다면 출산률은 절반이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면서 "북한주민들은 사회주의 체제아래 미래 불확실성이 없었지만,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돼 경쟁사회로 몰리면서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며 출산을 기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또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해지며 남한으로 대거 이주하게 돼 북한에 성비불균형이 심화되는 것도 출산률 하락의 요인"이라면서 "통일 충격으로 출산률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의료요건 개선으로 북한 주민들의 평균 수명이 연장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기대했던 수준의 '젊은한국'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독일 통일과정과 동구권 자본주의 전환 과정에서 이같은 일들이 발생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향후 발표될 자료도 우리가 기존에 가졌던 북한 인식을 바꾸는 것과 동시에 통일한국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에 정책결정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 실장은 "우리 모두가 북한 경제를 '페쇄경제'로 알고 있지만, 북한은 경제규모에 비해 무역규모가 상다히 크다"며 "북한이 개방으로 나갔을 때 얼마나 득이 될 수 있을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 북한이 대외 개방도를 높여나갈 때 북한 주민의 후생이 어떻게 나아질 지도 연구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