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배 규모 추가 관세로 강경 대응"
中 언론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
[뉴스핌=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에 1000억달러(한화 약 106조원) 규모의 추가적인 대(對)중 관세 부과를 고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상하이항구의 컨테이너, 사진=로이터> |
이는 중국의 보복 관세 발표 이틀 만에 추가 관세 고려를 지시하면서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 '무려 2배' 강경 대응 원하는 트럼프
1000억달러란 규모는 미국이 최근 1300개 이상의 중국산 산업 및 기타 제품에 부과한 규모의 두 배다. 중국이 미국 관세에 상응하는 500억달러 규모의 106개 상품에 대해 25% 보복관세를 부과하자 더욱 강력한 카드를 들고 나왔다는 의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중국이 계속해서 불공정하게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관행을 일삼는다"는 USTR의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USTR 대변인은 관세는 최종 결정된 사안이 아니며 새로운 관세 목록을 발표할 수 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최근 대중 관세가 산업 제품과 전자 부품을 겨냥했다면 이번 관세는 소비재에 초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한 제품은 통신 부문 제품과 컴퓨터 부품으로, 총 1370억달러 규모다. 의류와 신발도 390억달러 정도 수입했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과 무역에서 3750억달러의 무역 수지 적자를 냈는데 트럼프는 이를 1000억달러로 감소시키길 요구하고 있다. 또, 현지에 있는 미국 IT기업에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중국 정책을 비판하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도 했다.
◆ 中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
중국도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는 같은날 오전 "더 큰 공갈로 중국을 위협하다니 가소롭다"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트럼프의 협박이 아무런 효과가 없을 거라고 주장했다.
<사진=블룸버그> |
환구시보는 만일 트럼프가 1000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대 중국 무역수지 흑자는 결국 숫자 '영(0)'이 될 거라며 관세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두 배 규모의 추가 관세 조치에 대해서는 "미국의 '성깔'을 고쳐놓겠다"며 "중국은 무역전쟁을 원하진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사설은 중미무역전쟁이 심화될 경우 누가 더 오래 버티는 게임이 될 거라고 분석했다.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新華社)는 "무역수지 불균형이 무역의 불공평을 증명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세계 초강대국이라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면, 이익을 보는 나라가 어디에 있겠"라고 미국을 비꼬았다.
인민일보는 "중국은 결코 무역전쟁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결연한 행동을 통해 미국에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美 전문가들 "트럼프 전략은 가열된 분쟁에 기름붓기"
백악관 관리들은 중국과 대화를 통해 무역 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득에 나섰고 트럼프 역시 "논의할 준비가 됐다"란 의사를 밝혔지만 미국 무역, 경제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맡았던 미리암 사피로는 5일(현지시각) CNBC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미 가열된 중국과의 무역 분쟁에 기름을 붓기로 한 트럼프의 결정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사피로는 "타이밍이 특히 유감스럽다"며 "최근 양상은 중국 정부의 개입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미국에 맞춰 보복 조치를 취하던지 (미국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 리더십 점수를 대폭 따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무역 전쟁 전망은 더 커지는데 그럴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돕겠다고 했던 바로 그 미국 기업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피터 부크바 블리클리 투자자문 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협상에 관한 낙관론은 타격을 입었고 투자자들은 점차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최종 합의로 일단락될 것이란 일말의 기대감이 사라졌다면서 "시장은 당연히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에 대해 시장의 인내심도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게리 로케 전 주중대사는 미국이 중국과 관련해 관세 조치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동맹국들과 연합해 특정 산업부문에 있어 중국의 해외 투자를 제한하는 전략을 쓰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에서 중국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미국에 레버리지가 된다면서, 중국이 누리려는 해외 투자 기회를 차단하는 식의 전략을 취할 것을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