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오영상 전문기자]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미국과 중국이 영향력을 드러내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일본의 존재감이 작아지고 있다. 4월과 5월 남북 간, 북미 간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고, 지난 26~28일에는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깜짝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정치 역학 구도에서 일본만이 소외되면서 일본 내에서는 ‘재팬 패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가 미일 관계를 기축으로 추진해 왔던 외교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며 “다음달 18일 경 열릴 예정인 미일 정상회담은 향후 미일 관계를 포함한 ‘아베 외교’를 점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AP/뉴시스> |
아베 외교가 힘든 국면을 맞게 된 것은 지금까지 외교력의 지렛대로 이용해 왔던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지난 23일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 러시아와 함께 일본도 대상이 됐다.
일본은 미국이 관세 인상의 근거로 제시한 ‘안전보장상의 이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관세 적용에서 제외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묵묵부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가 지금 1000억달러(약 110조원)에 달한다”며, 관세 제외를 원하면 무역적자 문제부터 해결하라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에 미국을 방문해 어느 나라보다도 먼저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를 과시한 바 있다. 하지만 별다른 구체적인 성과 없이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5월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의제로 다뤄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등 미국이 이익이 우선이다.
또 북한의 미사일 개발 중단에 대한 미국의 요구가 미국을 사정거리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국한된다면, 일본을 사정거리에 넣고 있는 중거리탄도미사일의 위협은 사라지지 않는다.
신문은 “아베 총리는 정상 간의 개인적인 신뢰 관계를 중시해 왔다”며 “일본이 향후 한반도 정세 등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는 미일 정상회담의 성과 여하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뉴스핌Newspim] 오영상 전문기자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