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유정 여행전문기자] 서지현 검사를 시작으로 문화예술계, 교육계 등 사회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미투 운동. 하지만 여행업계에서는 적극적인 미투 운동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A대형여행사의 계열사 사장이 회식자리에서 여직원에게 "뽀뽀해봐" 등의 성희롱 발언을 해 한차례 논란이 일었다. 그 여직원은 사내 여성위원회에 고발했고 사장이 사표를 내면서 사건은 일단락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사건을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가해자가 대형여행사의 사장이고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라도 나왔지, 중소여행사나 여행업계지에서는 성폭력이 일어나 피해를 당해도 변변한 문제 제기조차 쉽지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범시민행동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미투, 위드유'라고 쓰인 손피켓을 들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여행업계는 업계 특성상 동일 직종간 이직률이 높아 서로 아는 사이인 경우가 많으며 5인 이하의 소기업이 많다. 또 여행사, 항공사, 랜드사(현지 여행사), 업계지 등이 협력해야 여행상품 하나를 진행할 수 있는 구조로 서로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때문에 성폭력이 일어나도 피해자가 그만두는 방식으로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업계에서 미투 운동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가해자가 연예인처럼 유명하지 않아 타격이 적고 또 다른 여행사로 쉽게 이직하기 때문에 소문이 나도 찻잔 속의 태풍 정도의 수준이다"며 "가해자나 피해자가 회사를 그만두면 사건을 덮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냥 넘어가자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 여행업계 대표가 평소 너는 가슴이 작아서 시집은 가겠느냐 등의 폭언은 물론 전 여자 직원들에게 생리대를 명절 선물로 전달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그 곳의 여자 직원 전체가 그만두는 방법을 택했다"고 참담한 업계 현실을 전했다.
실제 여행업계지에서 근무했던 B 씨는 성희롱을 참지 못하고 퇴사를 택했다. B 씨는 "랜드사와 여행사, 업계지가 서로 밀접하게 얽혀있어 평소 각 사의 대표나 직원이 동반해 술자리를 갖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 자리에서 랜드사 사장이 한 여직원을 두고 너는 내가 마음만 먹으면 XXX 수 있다라는 성희롱의 발언을 하는데도 함께 있던 모든 남자 직원들이 농담하는 듯 즐겼다"고 폭로했다. 이어 "사장과 부장 등 임직원과 회식 후 노래방을 갔는데 노래방 도우미를 부르며 너는 ㅇㅇ부장을 맡아라라고 말해 결국 그만두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출장이 잦은 여행업계 관계자들이 성폭력에 쉽게 노출돼 있다. <사진=김유정 기자> |
한 여행사 홍보 담당 C 씨도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털어놨다. C 씨는 "여행사 홍보 입장에서는 기자가 제일 불편한 상대이다"며 "홍보담당자들과 기자들간의 술자리도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술이 많이 취한 상태에서 기혼인 기자가 강제로 껴안고 뽀뽀하는 등의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단호하게 거절 하고 자리를 떴지만 그 이후에 아무 일이 없었던 듯 행동하는 기자를 보며 어이가 없었다"며 "하지만 가해 기자에게 단호한 조치를 하지 못하고 아직까지 상냥하게 대하고 있는 자신이 너무 답답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여행업계는 여행사의 직원, 관광청, 랜드사 관계자들이 함께 해외 출장을 가는 경우가 많다. 여행사 관계자는 D 씨는 "일정 후 뒷풀이를 하면서 맥주 한잔씩 함께 하고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함께 간 다른 직원이 방에 쫓아 들어오려고 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있다"며 "그일이 있은 후 출장을 가는 것이 두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사소한 성희롱부터 성폭행까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여행업계. 하지만 오히려 피해자가 숨죽이거나 또 다른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 현실. 여행업계는 물론 우리사회 전반이 나서 이같은 범죄적 관행을 바로잡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지점이다.
[뉴스핌 Newspim] 김유정 여행전문기자 (youz@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