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거점 삼아 인니·말聯 등 인접국 진출 계획
"전 연령층 아우르는 체계적 유제품 라인 구성"
첫 캠페인 '건강한 남양'...내실 다지고 조직 변화 앞장서
[뉴스핌=박효주 기자] “실버푸드를 강화하고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하겠다.”
부임 두 달째를 맞은 이정인 남양유업 대표(56)의 말이다. 이 대표는 남양유업이 창립한 지 54년 만에 외부에서 영입한 첫 전문경영인이다. 지난 1월 신규 선임되자마자 단숨에 ‘남양유업의 구원투수’라는 별칭을 얻으며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사옥에서 만난 이 대표는 침체된 유업계에 새로운 먹거리로 ‘실버푸드’와 ‘해외시장’을 꼽았다.
◆'실버 푸드'와 '동남아 시장'에서 활로 포착
이정인 남양 대표이사 /이형석 기자 leehs@ |
그는 “최근 산업 내 공통적인 화두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실버푸드’”라면서 “노년층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라기보다는 전 연령층이 아이부터 노년기까지 단계별로 유제품을 섭취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제품 라인을 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선보인 기능성발효유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지난해 남양유업은 의약품 개발 전문 제약사 녹십자웰빙과 손잡고 인동초 추출물을 사용한 위 전문 특화발효유 '위쎈'을 출시한 바 있다.
이 대표는 “하루 세 끼를 먹더라도 연령대마다 필요한 영양성분이 있고 이를 많은 이들이 영양제나 건기식으로 대체하고 있다. 이에 대한 니즈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중요한 테마로 생각한다”며 “꼭 필요한 영양소를 식품으로 섭취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 공략도 올해 핵심 목표 중 하나다. 지난해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중국 시장에서 타격을 입었지만 올해는 이를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중국 시장의 경우 매출 1000억원을 목표로 사드보복 이전 수준으로 정상궤도에 올리는 것을 주요 성장방안으로 꼽고 있다”면서 “특히 올해는 태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등 시장 진출 및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에는 태국현지 유통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국내 커피믹스 업계 처음으로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향후 태국을 거점삼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등에 개척을 확대하고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커피믹스와 함께 분유 수출도 준비 중이다.
이처럼 신성장 동력 찾기에 분주한 까닭은 국내 유업계가 수 년 째 침체기를 겪으면서 남양유업 역시 기로에 서있는 상황 탓이다.
국내 우유 소매시장 규모는 매년 감소해 지난해 3분기에는 전년보다 3.1% 줄어든 551억1718만원 수준이며 분유 시장 역시 2012년 4000억원에서 지난해 3500억원으로 급감했다.
◆'건강한 남양' 캠페인... '비즈니스 닥터'되어 변화 이끈다
이 대표는 “유업계에 발을 들이고 보니 국내에서의 상황이 여러모로 녹록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며 “국내의 경우 원유 생산 단가부터 외국에 비해 세 배 가량이 높다. 내부 경쟁 뿐 아니라 글로벌 경쟁도 어려운 환경이라 기업이나 산업, 모두가 힘든 시기”라고 진단했다.
이는 저출산과 대체 음료 확대, 수입 제품 공세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유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거센 배경이기도 하다.
이 대표 또한 남양유업에서 자신의 임무를 ‘변혁의 첫 단추’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사내 분위기부터 조직문화, 나아가서는 사업 방향까지 단계적으로 혁신하겠다는 의지다.
이정인 남양 대표이사 /이형석 기자 leehs@ |
이 대표는 “새로운 시각으로 질문하고 사고하는게 내게 주어진 역할이라 생각한다”며 "구원투수가 필요할 정도로 남양유업이 위기는 아니지만 분명히 새로운 시도나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부임하자마자 ‘건강한 남양’을 슬로건으로 한 캠페인을 기획, 진행하고 있다. 캠페인은 건강한 직원, 건강한 조직, 건강한 협력이 세 가지 주요 키워드로 최근 워라밸(Work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열풍과도 맞닿아 있다.
남양유업 사옥 내 사무실 곳곳, 눈길이 닿는 곳에는 ‘건강한가’를 묻는 안내문을 붙이고 직원들과 소통 방식도 바꿨다. 이날 인터뷰가 진행 중인 회의실 탁자 중앙에도 ‘이 회의는 건강한가’라는 묻는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이 대표는 “건강을 모토로 삼은 기업이라 ‘우리부터 건강하자’라는 점을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싶었다”면서 “이 뿐 아니라 대리점이나 협력사에도 건강한 관계를 만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외부인으로 남양유업에 처음 오게 된 만큼 후배들에게 하나의 롤모델이 될 수 있길 바란다"며 또한 "단계를 밟아간다면 올해가 남양유업의 변곡점을 지나 혁신의 원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뉴스핌 Newspim] 박효주 기자 (hj030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