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사업, 中공세에 전년比 영업이익 77% 하락 예상
"23일 주총서 이재용 부회장 비전 선포 기대"
[뉴스핌=양태훈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두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 중국 업체들의 물량공세(공급과잉)로 TV와 모니터 등에 주로 사용되는 액정표시장치(LCD)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이지만, LCD가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아 사업방향을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LCD사업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매출의 30% 수준(2017년 기준)을 차지하는 사업이다. 이에 따라 향후 방향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는 물론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에도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이에 화학·방위산업 매각 등을 통해 보여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LCD에도 적용될 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LCD 사업부문에서 전년대비 각각 20.5%, 77.8% 감소한 8조7200억원의 매출과 31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체 사업에서 LCD가 차지하는 영업이익 비중도 지난해 26.0%에서 올해 6.6%로, 매출 비중도 지난해 31.8%에서 올해 20.22%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이유는 중국업체들의 공세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 한 관계자는 "대량 양산체계를 갖춘 중국 업체들 때문에 LCD 사업부문의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이익을 내고 있는 LCD 사업 부문을 매각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LCD 사업부문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시너지를 거둘 수 있는 사업 부문과 통합하거나 LCD에 대한 R&D 투자 및 시장 개척을 통한 틈새시장 공략 등의 방안이 현실적인데 이는 전문경영인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디스플레이 장비업계에서는 당장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연말부터 LCD 사업 부문의 개편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LCD 사업 부문을 중국이나 인도 등의 기업에 매각하거나 삼성전자로 흡수 합병해 신규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 OLED 외 QLED(큐엘이디)·마이크로발광다이오드(마이크로LED) 등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먹거리를 확정할 것이라는 것.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까지 삼성디스플레이 수장을 맡아온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당시 삼성전자 DS 부문장)을 통해 종속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 대한 경영진단(2015년)을 실시, 2016년 조직개편을 통해 LCD와 OLED 사업 부문을 분리하는 등 LCD 사업의 개편을 준비해왔다. 2015년 이후 가동이 멈춘 LCD 공장만 L5(5세대), L6(6세대), L7까지 3곳에 이른다.
중국 업체들이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서 추격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도 LCD 부문 개편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오는 2022년이면 중국은 전 세계 OLED 생산능력의 약 34%까지 차지할 정도로 격차를 좁힐 전망이다.
LCD 사업의 개편은 그룹 전체의 디스플레이 전략, 고용 등 복잡한 사안들과 얽혀 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총수인 이 부회장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과거 방산을 한화에, 화학을 롯데에 매각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구해 온 만큼 LCD 개편도 길게 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과거에도 CRT(브라운관)와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처럼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운 사업 부문에 대해 자체 생산물량을 줄여 순차적으로 사업을 정리해왔다"며 "LCD 역시 국내 라인을 줄이고, 외부 수급처를 늘리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어 (분사 또는 매각) 수순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23일 '제49회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재무제표의 승인을 비롯한 이사 보수 한도의 건, 사내이사 선임 등을 주요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이 부회장의 참석 여부는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날 이 부회장은 경영일선 복귀 선언과 함께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삼성의 새로운 미래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양태훈 기자 (fla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