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선거 운동 중단…안희정 사단 수습책 모색
선거 앞두고 대형 악재 맞은 與…野, 반전 기회 잡나
[뉴스핌=조현정 기자] 수행비서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6일 도지사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6·13 지방선거에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방선거가 100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정치권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었지만, 안 지사의 성폭행 의혹으로 판세가 요동치게 됐다. 이른바 지방선거 최대 변수가 생긴 것이다.
특히 충남지사 후보인 박수현 전 대변인 등 여권 인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여기에 '미투'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정국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희정 충남지사. <사진=뉴스핌 이형석 사진기자 > |
◆ '패닉'에 빠진 與…"이중성에 소름" 총공세 나선 野
유력한 차기 잠룡으로 꼽히던 여권 인사가 하루 아침에 최악의 성추문에 휘말렸다. 말그대로 핵폭탄급 초대형 악재를 맞닥뜨린 민주당은 안 전 지사에 대한 제명 및 출당 절차를 밟으며 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당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형 악재가 터졌다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앞서 우원식 원내대표는 2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서지현 검사를 응원하고, 당내 젠더폭력대책 TF를 가동하는 등 당 차원에서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해왔다. 하지만 '안희정 성폭행 파문'으로 야당으로부터 "이중성에 소름이 돋는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선 조만간 발표될 여론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안 전 지사 사태가 어떤 흐름으로 이어질 것인지 주목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민주당 및 여권 주자들에게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야권은 반전의 기회를 맞았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민주당에 대해 '성폭력당'이라고 규정하면서 "좌파 진영이 집단 최면에 빠져 얼마나 부도덕한 이중적 성도착 증세를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장 대변인은 또 "민주당은 안희정 한명의 꼬리를 잘라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성 모럴해저드'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직시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야권은 지방선거 국면 내내 안 지사의 성폭행 의혹 문제를 가지고 여권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여성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최상수 기자 kilroy023@ |
◆ 대전·충남지역 선거까지 영향…자취 감춘 '안희정 마케팅'
안 지사의 성폭행 파문은 충남지사 선거뿐 아니라 대전·충남 지역의 선거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민주당 지방선거 출마자들도 패닉에 빠졌다.
3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보이던 안 전 지사의 정치 생명이 위태로워진 것은 물론 '안희정 사단'으로 불리며 지방선거에 출마한 인사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선거 운동을 멈추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몸을 낮추고 있다.
'안희정 마케팅'을 펼쳐온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복기왕 전 아산시장,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4선의 양승조 의원(천안병) 등 민주당 충남지사 선거주자 3인방의 선거전략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안 전 지사의 친구이면서 지난 대선에서 안희정 캠프의 대변인을 맡았던 박 전 대변인은 이날 '충남도민께 올리는 글'을 통해 "너무나 충격적이다. 안 지사의 친구이기에 더욱 고통스럽다"며 "이 시점부터 도지사 예비 후보로서의 선거 운동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복 전 시장은 공식논평 없이 향후 일정 논의를 위한 비상 대책회의를 열었다.
양 의원은 이날 천안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상황을 지켜보며 선거 활동에 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찬우 한국당 의원의 선거법 위반으로 공석이 된 충남 천안갑 국회의원 재선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재선거에는 허승욱 전 충남도부지사, 한태선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이규희 천안갑 지역위원장 등이 민주당 공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안 전 지사의 핵심 정책인 '3농 혁신' 정책을 총괄한 허 전 부지사는 '안희정 사단'으로 분류된다.
이번 성폭행 파문이 대전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전시장 선거는 물론 일부 지역 구청장 선거의 민주당 경선이 '친문 대 친안(친안철수)' 구도로 진행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대전의 대표적인 친안계 인사로는 대전시장 출마를 선언한 허태정 전 유성구청장이 꼽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이만큼 큰 악재는 없어 보인다. 당 일각에선 민주당이 충남지사 후보를 아예 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어느 당에서든지 피해자들의 폭로가 이어진다면 이번 지방선거의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조현정 기자 (jh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