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기자회견 나와 미투 배경 및 2차 피해 방지 호소
여성단체 "수사기관은 성폭력 문제 엄정 처리해야"
[뉴스핌=황선중 기자] "왜 이제야 말하냐고 묻지 마시고..이제라도 말해줘서 다행이라고 말해주세요. 주목받고 싶었냐고 묻지 마십시오. 이런 일로 주목받고 싶은 여자는 없습니다."
연극연출가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성폭력을 폭로한 홍선주 씨는 5일 기자회견에 직접 나와 이같이 말했다. 홍 씨는 연희단거리패 전 단원으로, 지난달 종편 뉴스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이 감독으로부터 '사타구니에 나무젖가락 꽂기' 등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홍 씨는 "이 사건을 고백한 후 제 가족들과 극단 신상까지 노출되면서 가슴 아픈 시간을 견뎌야 했다"며 "이 사건으로 저를 비롯한 피해자들이 더 이상 2차 피해로 가슴 아픈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 저희들의 자식들은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이번 사건을 엄중히 처벌해 달라"고 요청했다.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미투 운동 그 이후, 피해자가 말하다'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사진=뉴시스] |
연극계 성폭력을 처음 폭로한 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도 "어제 이 자리를 상상하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은 했는데 생각보다 더 많이 힘들다"며 "오래전 일이라 그냥 묻힌다면 어쩌나 솔직히 불안했다.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많은 분이 응원을 보내고 힘을 실어줘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저희의 행동을 지켜보며 망설이고만 있는 많은 피해자분이 계신 걸 안다"면서 "잘못한 이는 벌을 받고, 희망을 품은 이는 기회를 맞을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용기 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용기 내지 않는다고 절대 잘못하고 계신 게 아니다. 그저 많이 응원해 주고 끝까지 지켜 봐주면 된다"며 "고통받는 분들을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연희단거리패 전 단원이자 또 다른 피해자인 이재령 씨는 "반항하거나 문제를 제기를 할 수 없는 거대한 힘 앞에서 무력함을 깨달았고, 혼자 고뇌하고 아파하며 괴로워하곤 했다"고 술회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여성단체와 변호인단은 피해자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제도마련을 촉구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무고, 명예훼손 등을 거론하며 피해자를 위축시키는 가해자들이 존재한다"며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하는 법과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이윤택 전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사진=뉴시스] |
앞서 이윤택 전 감독의 성추행 논란은 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의 폭로로 불거졌다. 김 대표는 지난달 14일 본인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10년 전 이 전 감독으로부터 안마 요구를 받은 뒤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김 대표의 폭로 이후, 연극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성폭력 피해 고발하는 이른바 미투 운동이 이어졌다.
이 날 기자회견에는 전국성폭력상담소 128곳과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한국여성변호사회와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이윤택 피해자들의 공동변호인단 101명이 참여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선중 기자 (sun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