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적 기술 개발, 네이버 등 IT업체 협업
[뉴스핌=김근희 기자]병원과 제약사들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선점을 위해 나서고 있다. 차세대 기술을 확보하고,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병원과 제약사들은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거나 네이버 등 IT업체와 협업하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
◆병원, '빅데이터' 주도권 다툼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은 대웅제약, 네이버 등과 의료·보건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보유하고 있는 의료 빅데이터를 네이버의 AI 기술, 대웅제약의 헬스케어 전문지식을 접목해 활용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에는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활용하는 헬스케어 빅데이터센터를 열었다.
주요 대형병원들은 의료 빅데이터 사업에 적극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공통데이터모델(CDM) 사업 수주하기 위해 병원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 사업은 병원마다 다른 의료정보를 통일하고, 데이터 분석결과를 공유하는 사업이다. 총 3년간 약 4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아주대병원은 삼성서울병원, 건국대병원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수주에 참여했다. 분당서울대병원도 서울대병원, 국립암센터, 서울아산병원과 손을 잡았다. 수주 결과는 오는 3월 초 나올 예정이다.
이외에도 고대의료원 등 주요 대형병원들은 컨소시엄 형태로 빅데이터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왓슨의 등장 이후 AI를 활용한 의료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이에 따라 AI의 기반이 되는 빅데이터 사업을 강화하는 병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약사, AI 신약개발에 집중
제약사들은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AI 기반 신약개발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지난달에는 AI 센터 설립 추진단을 출범시켰다.
AI를 이용해 의약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회사도 있다. 분자진단 기업 씨젠은 지난달 'AI 시약개발자동화 시스템'으로 뇌수막염 진단 제품과 성 감염증을 진단하는 유전자 증폭(PCR) 시약을 개발했다. 씨젠은 AI 시스템을 활용해 진단 시약 개발 기간을 기존 1년에서 단 4일로 단축했다.
이외에도 CJ헬스케어는 지난달 유전체 분석 기업 신테카바이오와 AI 모델을 활용한 면역항암제 개발 공동연구에 들어갔다. 동아에스티는 2016년부터 아주대 유헬스정보연구소과 손잡고 환자의 진료기록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바이오 벤처기업 크리스탈지노믹스도 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 파미노젠과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병원과 제약사들이 AI, 빅데이터 관련 사업에 나선 것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기 위해서다.
◆ 세계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 2020년 110조원
<이미지=KDB산업은행 산업기술리서치센터> |
KDB산업은행 산업기술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스마트 헬스케어 세계 시장규모는 2013년 기준 210억달러(22조원)에서 2020년 1100억달러(약 11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헬스케어 세계 시장규모는 2020년 7억5500만달러(8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 빅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하고, AI 기술 등을 접목하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을 보고 있다"며 "아직 세계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만큼 선점만 하면 선도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AI를 활용해 신약 연구개발(R&D)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신약개발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성공확률은 낮다. 신약 개발 기간도 12년 이상 걸린다. 그러나 AI를 이용하면 비용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취합·분석하고, 부작용이나 작용기전을 예측하기 때문이다.
선점 효과가 큰 제약시장에서 신약을 언제 개발하고, 상용화시키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 실제로 미국 벤처기업 아톰와이즈는 하루 만에 에볼라 치료에 효과가 있는 신약 후보물질 두 개를 발견하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김근희 기자 (k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