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대학로서 '#위드유’ 집회.."나도 당했다" 폭로도
일반 연극·뮤지컬 관객 500여명 자발적 집결
고3 수험생·남성도 동참.."Me Too에 힘 보탤 것"
[뉴스핌=김준희 박진범 기자] “성범죄자 무대 위 재활용은 관객이 거부한다.”, “예술가는 무대 위로 범죄자는 감방으로..”
문화·예술계에서 성폭력 폭로가 잇따르는 가운데 절대권력으로 군림하던 성폭력 가해자에 분노한 관객들이 거리로 나왔다.
25일 오후3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열린 ‘연극·뮤지컬 관객 #withyou(위드유)’ 집회가 열렸다.
연극과 뮤지컬 등 공연문화에 애정을 가진 일반 관객들이 최근 일고 있는 'Me Too' 운동을 지지하고, 가해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다.
기획자인 김모(32세)씨는 “공연계 내 성폭행 문제에 대해 피해자 다음으로 분노하는 게 저희 일반관객들”이라며 취지를 밝혔다.
참가자들의 자유발언과 구호가 이어지자 데이트를 주말 즐기던 20대 연인과 40대 부부, 산책 나온 모녀도 "무슨 일이냐"며 걸음을 멈추고 집회에 관심을 보였다.
"미투 운동이네. 요즘 이것 때문에 난리잖아", 단체로 이동하던 50대 여성들도 참가자의 발언을 가까이서 듣기 위해 모여 들었다.
25일 오후3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열린 ‘연극·뮤지컬 관객 #withyou(위드유)’ 집회서 참가자들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준희 기자 zunii@ |
이날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500명(경찰 추산 300명)의 시민들이 몰렸다. 참가자들은 모두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관객은 성범죄자의 공연을 원치 않는다’,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폭로를 지지한다’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대부분이 여성인 가운데, 일부 남성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확성기를 든 주최자의 호령에 맞춰 큰소리로 “공연계는 성범죄자 퇴출하라”, “성범죄자 무대위 재활용은 관객이 거부한다”, “예술가는 무대위로 범죄자는 감방으로” 등의 구호를 외쳤다.
참가자들은 자유 발언 기회를 통해 연극계 성폭력 가해자들을 규탄하고 피해자 보호·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공연계에 촉구했다.
가장 먼저 확성기를 잡은 여성은 최근 성추행·성폭행 논란으로 비난 세례를 받는 연출가 이윤택(66)씨를 언급하며 “강력 처벌을 요구한다”고 외쳤다. 또 "피해자를 외면하지 마라. 관행이라는 이름 하에 진행된 모든 성폭력 추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최측에서 준비한 가면을 쓰고 떨리는 손으로 확성기를 잡은 여성은 “용기가 없어서 가면을 썼다. 생계가 걸렸음에도 실명으로 제보해주신 피해자 여러분을 지지한다”며 “논란 이후 예매해둔 연극표도 취소했다. 공연을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용기 있는 고백도 이어졌다. 한 여성은 “기회가 돼서 소극장 연극에서 하루 정도 단역을 맡은 일이 있었다”며 “공연이 끝나고 중년 남성이 제가 빨간 속옷을 입고 와서 다 비친다고 본인이 연기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그랬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그 곳에 정말 많은 배우들과 스태프가 있었다. 피해자는 나인데 뭐라 말할 수 없었고 서둘러 짐을 싸서 그 자리를 도망쳤다”고 토로했다. 해당 발언에 참가자들은 크게 술렁였다.
다른 여성은 “아주 어렸을 때 동네서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성범죄를 당했다”며 “그래서 이 상황이 너무 무섭고, 피해자 분들이 감정 이해된다”고 전했다.
25일 오후3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열린 ‘연극·뮤지컬 관객 #withyou(위드유)’ 집회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김준희 기자 zunii@ |
이날 미투 집회를 위해 대학로를 찾은 김다영(40·가명)씨는 “알게 모르게 (공연계 성문제) 소문이 많긴 했는데 이렇게 심한 일이 많은 줄은 몰랐다”며 “이런 사람들을 보며 즐거워했다는 데서 관객들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공연 창작자라고 밝힌 김미연(32·가명)씨는 “공연예술계에서 큰 업적을 남긴 분들이 계속 불미스런 일에 연루되고 있어 참 씁쓸했다”며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대 청소년들도 미투 운동에 동참했다. 모자를 눌러 쓰고 가방을 멘 채 참석한 이지연(18·가명)양은 “수능이 263일 남았는데 문제집을 덮고 나왔다"며 "이 사태를 지켜보면서 공부보다 더 중요한게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박진범 기자 (be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