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열린 상임위원회 곳곳 파행
야당 보이콧 카드는 쉽지 않을듯
[뉴스핌=이지현 기자] 파행됐던 2월 임시국회가 재개된지 사흘여 만에 또 다시 파행 국면을 맞고 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둘러싸고 여야간 갈등이 커진 탓이다.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일부 상임위원회가 법안 심사를 진행하지 못한채 파행됐다.
법률안 심사가 예정되어 있던 국회 운영위원회는 개회와 동시에 김성태 위원장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운영위 참석을 요청한 뒤 10분 만에 정회됐다. 그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김성태 위원장은 "국회 운영위원회는 청와대를 피감 기관으로 보고 있다"면서 "김영철의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결정한데 대한 배경 설명을 위해 어제 제가 직접 임종석 비서실장의 회의 참석을 요청했지만 감감무소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영철 방한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음에도, 소관 상임위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안부르는 것은 국회가 할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오늘 오후 4시에 국회 운영위원회를 재개하니 임종석 비서실장은 출석해 줄 것을 공식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인 김성태(오른쪽) 운영위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운영위 간사인 박홍근(왼쪽) 원내수석부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해 김영철 방남 관련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출석 관련 정회되자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갈등이 발생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사개특위 간사가 이날 오전 한국당의 김영철 방한 철회를 위한 청와대 긴급 방문 일정으로 회의를 오후로 미뤄줄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장 의원이 항의해 곧바로 퇴장한 것.
장 의원은 "청와대 긴급방문 일정으로 회의를 오후로 미뤄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상임위 운영에 있어 상대당 사정을 감안해 시간 정도는 배려해 주는게 관례인데 이마저 거부하는 민주당의 옹졸함에 연민을 느낀다"며 퇴장했다. 이에 이날 사개특위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만 참석한 반쪽짜리 회의가 됐다.
권성동 위원장이 소집한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전체회의에 불참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늘 교섭단체간 의사일정이 합의가 안 됐는데 전체회의를 연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면서 "일정을 합의하지 않고는 회의를 열지 않는게 법사위의 전통"이라며 불참 의사를 전했다.
금 의원은 그러면서 "정부가 나서서 대한민국 안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데 상대방 측의 대표단 단장으로 오는 사람에 대해 사살, 긴급체포까지 언급하면서 회의를 여는 것이 과연 대한민국 안보와 평화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회 상임위 곳곳이 파행을 겪으면서 2월 임시국회가 또 다시 식물국회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달초 권성동 법사위원장의 강원랜도 채용비리 수사외압을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2월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다 지난 20일 정상화됐다.
다만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를 수 있어 여야 모두 보이콧이라는 단어는 꺼내는 데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또 다시 국회 보이콧을 선언한다면 부정적인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어 한국당에서도 이 카드를 꺼내긴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다만 이런 식으로 상임위원회가 파행된다면 2월 임시국회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