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생활경제

속보

더보기

[르포]레미콘 기사의 호소 "일자리만 이어가게 해주세요"

기사입력 : 2018년02월23일 11:30

최종수정 : 2018년04월12일 09:42

"일자리를 잃는데 보상이 무슨 소용이냐"
송파구청·삼표 '정해진 것이 없다' 대답뿐
인근 주민들 "레미콘 기사들 실정 몰라... 안타까워"

[뉴스핌=민경하 기자] 2018년 2월19일 오후 2시. 서울시 송파구 풍납동에 위치한 삼표 풍납공장 주변에는 적막함이 감돈다. 공장 외벽과 담벼락 너머 내부 시설물에는 '생존권'을 호소하는 현수막이 보인다. 이어서 공장으로 들어오는 레미콘 차량에도 현수막이 달려있다. 1시간 동안 목격한 레미콘 10대 중 현수막이 없는 차량은 단 1대도 없다. 

풍납공장으로 들어서는 레미콘. 앞부분에는 생존권 투쟁에 대한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뉴스핌 민경하기자 204mkh@>

A씨가 말하는 생존권 문제는 공장 이전에 관한 것이다. 삼표 풍납공장은 풍납토성 복원사업 문제로 국토부와 소송 중이다. 만약 소송에서 패하게 되면 삼표는 보상금을 받고 부지를 비워야 한다.

부지를 비우면 국토부와 송파구청은 공장 이전을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반응이고, 회사는 보장 없이 공장을 이전할 수는 없다는 반응이다. 다른 레미콘 공장에는 이미 일자리가 꽉 차 기사들 입장에서는 일하던 공장이 사라지는 셈이다.

삼표 풍납공장에서 레미콘 기사로 일해 왔다는 A씨는 착잡한 목소리였다. 그는 "지금 상황은 우리에게 이전이 아닌 폐쇄다. 생존권이 보장된 대책이 전혀 없다"며 "생존권이라는 게 다른 게 아니다. 지금하고 있는 일자리만 보전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 같은 레미콘 기사들이 풍납 공장에 출입한 지는 평균 20년. 그중 공장 설립 때부터 40년 가까이 일하고 있는 기사도 15명에 이른다. 게다가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30~50대 기사들도 절반에 가까운 50여명으로 기사들에게 풍납 공장은 삶의 터전이다. A씨는 "한번 일하면 기름값 포함해서 4만원씩 받고 하루에 5번 정도 나간다"며 "주민들이 불편할까봐 도로 이용도 자제하고 항상 죄송한 마음으로 일해왔다"고 하소연했다.

풍납공장은 물론 인근 주거지역도 복원사업 부지에 포함돼있다 <사진=민경하기자 204mkh@>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은 공장 이전 필요성을 얘기하면서도 레미콘 기사들의 실정을 안타까워했다. 풍납공장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B씨는 "공장이 새벽에 가동돼서 소음이 크고, 먼지도 심한 데다가 큰 차가 다니니 아이들에게도 위험하다"고 하면서 "일자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잘 몰랐다. 항상 식당에도 오시던 분들인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또 다른 주민 C씨는 "삼표 공장의 이전문제도 있지만 주민들도 이전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집을 옮기는 거지만 기사들은 일자리를 옮겨야 하는 게 아니냐"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풍납 공장 기사 중 6명은 복원사업으로 인해 집도 옮겨야하는 풍납동 주민이다.

마지막으로 A씨는 "기사들에게 아무 대책없이 나가라는 것은 굶어죽으라는 것과 같다"며 "지금 이 상황에서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은 채 일이 진행되면 우리들은 물리적인 충돌도 각오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군가가 배제된 풍납공장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점차 커지고 있었다.

[뉴스핌 Newspim] 민경하 기자 (204mkh@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환율 한때 1480원대...2009년 3월이후 최고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장중 1480원을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전광판에 환율이 나타나고 있다. 2024.12.27 mironj19@newspim.com   2024-12-27 12:56
사진
'모바일 주민증' 27일부터 시범 발급 [세종=뉴스핌] 김보영 기자 = 앞으로 17세 이상 국민 모두가 주민등록증을 스마트폰에 담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27일부터 전국민의 신분증인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시범 발급한다고 26일 밝혔다.                             모바일 주민등록증= 행안부 제공2024.12.26 kboyu@newspim.com 행안부에 따르면, 안정적인 도입을 위해 먼저 세종특별자치시, 고양시 등 9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 발급을 해 시스템 안정성을 검증한 뒤 내년 1분기 중 전국에서 발급할 계획이다. 모바일 주민등록증은 주민등록법령에 따라 개인 스마트폰에 발급되는 법적 신분증으로, 기존 주민등록증을 소지한 모든 국민(최초 발급자 포함)이 신청할 수 있다. 모바일 주민등록증은 2021년부터 제공된 모바일 운전면허증, 국가보훈등록증, 재외국민 신원확인증에 이어 네 번째 추가되는 모바일 신분증이다. 행안부는 먼저 세종시, 전남 여수시, 전남 영암군, 강원 홍천군, 경기 고양시, 경남 거창군, 대전 서구, 대구 군위군, 울산 울주군 등 9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시범 발급하며, 이후 내년 1분기 중으로 전 국민에게 발급할 계획이다. 시범 발급 기간 동안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해당 지역인 주민들은 읍·면·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IC주민등록증'을 휴대폰에 인식시키거나 'QR 발급' 방법으로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신청할 수 있다. 전면 발급 시에는 정부24에서도 신청이 가능하며, 신청 시 6개월 이내의 사진을 제출해야 한다. QR 발급 방법은 사진 제출이 필요 없지만, 주민등록증 사진이 오래된 경우 모바일 신분증 앱에서 안면 인식이 어려울 수 있어 재발급 후 모바일 주민등록증 발급이 가능하다. 한편, 모바일 주민등록증은 블록체인과 암호화 기술을 적용하여 개인정보 유출 및 부정 사용을 방지하고 높은 보안성을 제공한다. 본인 스마트폰에만 발급되며, 분실 시에는 잠김 처리되어 도용을 막을 수 있다.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1968년 주민등록증 도입 이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변화가 이루어졌다"며 "이번 시범 발급을 통해 국민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boyu@newspim.com 2024-12-26 13:18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