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미르재단 등 후유증으로 마케팅 위축
정치권, 이미지 위해 '무리한 홍보 논란'도
[뉴스핌=백진엽 기자] 스포츠계의 가장 큰 축제인 올림픽은 기업들에게도 절호의 마케팅 기회다. 올림픽 후원업체들은 전세계인들에게 브랜드 인지도 상승과 이미지 제고를 노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안방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국내 기업들은 제대로 홍보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림픽 유치와 개최에 결정적 기여를 했음에도 축제를 즐기지 못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평창 동계올림픽 메인 프레스센터를 방문, 내·외신 취재진을 격려했다. <사진=청와대> |
반대로 정부와 정치인들은 이번 올림픽을 정책 또는 본인의 홍보에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몇몇 정치인은 무리한 응원 등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인해 발생되는 경제효과가 과거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올림픽을 위해 1조원 정도 후원한 것으로 알려진 국내 기업들이 올림픽을 마케팅에 이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개최 전 경제연구소 등은 적게는 20조원에서 많게는 60조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했다. 이는 올림픽으로 인해 유입되는 관광수입 증가는 물론, 국가와 기업 브랜드 가치 상승 등에 따른 효과를 포괄한 수치다.
하지만 정작 올림픽을 맞아 국내 기업들의 마케팅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는 국내 정세 때문으로 해석된다. 개막식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황창규 KT 회장만 스탠드석에서 지켜봤을 뿐, 삼성과 LG·SK·한화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아예 참석하지도 않았다.
우선 기업들이 국가 차원에서 진행하는 스포츠 행사와 연관되기 꺼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전 정권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후원금을 냈다가 홍역을 치렀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도 한국 기업들이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전면에 나서고 있지 않다고 보도하고 있다.
게다가 평창올림픽의 큰 손인 삼성전자와 KT, 롯데그룹 등은 대대적으로 마케팅을 할 형편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석방되기는 했지만 축제를 즐길 분위기는 아니다. 롯데그룹은 개막식까지 참석했던 신동빈 회장이 개막 직후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KT도 압수수색 등으로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도 기업을 외면했다. 지난 9일 올림픽 개막식 직전 문재인 대통령과 200여 명의 저명인사가 초청받은 리셉션에도 기업인들은 초대받지 못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재계 인사는 전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뿐이었다.
반대로 지난 10일 강원도 강릉의 알리바바 홍보관에는 마윈 회장이 직접 참석해 "알리바바의 장기적인 올림픽 파트너십 체결은 기업 철학과 기술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올림픽에 후원한 만큼 효과를 얻기 위해 총수가 직접 홍보를 한 것이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지금 우리 대기업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국내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막대한 규모의 기대효과를 잃게 되는 셈"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위축된 기업과는 달리 정치인들은 적극적으로 '올림픽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은 개막식은 물론, 쇼트트랙 경기장 등에 모습을 나타내며 친근한 모습을 어필했다. 아울러 연일 '평화 올림픽'을 강조하면서 남북 단일팀 등의 성과를 부각시키는 모습이다.
서울시장 여권 후보로 꼽히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켈레톤 도착 지점에서 윤성빈 선수를 응원하고 함께 사진에 찍히면서 논란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전형적인 이미지 정치'라는 비판에서부터 '특혜 응원'이라는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결국 30년만의 올림픽이자 국내 첫 동계올림픽인 평창올림픽은 국내 기업 대신 외국기업들과 정치인들의 마케팅 장이 되는 모습이다.
[뉴스핌 Newspim] 백진엽 기자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