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더 "이제야 살 맛"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개점 휴업 상태를 연출했던 월가의 트레이딩 룸이 왁자지껄하다.
최근 주가 폭락 속에 주요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치솟으면서 손바뀜이 급증한 것. 뉴욕증권거래소의 거래량이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월가 트레이더들 사이에 베팅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블룸버그> |
13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지난해 말까지 초저금리와 주가 최고치 랠리 속에 실종됐던 변동성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투자은행(IB) 업계의 딜링 룸에 커다란 반전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1월 고용 지표에서 시간당 평균임금이 전년 대비 2.9%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촉발된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지난주 뉴욕증시가 폭락한 한편 월가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CBOE 변동성 지수(VIX)는 50까지 뛰었다.
주식뿐 아니라 채권과 외환, 상품 등 주요 자산시장 전반에 걸쳐 변동성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트레이더들은 공격적인 베팅에 나섰다.
지난 6일 뉴욕증시의 거래량은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미국 회사채 시장의 거래 규모 역시 이달 들어 지난해 평균 대비 30% 이상 늘어났다.
도이체방크의 피터 셀만 글로벌 주식 헤드는 FT와 인터뷰에서 “주가가 가파르게 떨어질 때 일반적으로 트레이딩이 쉽지 않지만 최근 거래가 부쩍 늘어났다”고 전했다.
런던 소재 컨설팅 업체인 콜리션은 1분기 말까지 이 같은 추이가 지속될 경우 글로벌 상위 12개 IB의 트레이딩 부문 매출이 10~15% 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난주 S&P500 지수가 5.2% 급락하며 주간 기준 2년래 최대 폭으로 떨어졌지만 투자자들은 오히려 반색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트레이더는 FT와 인터뷰에서 “시장 상황이 매우 흥미롭다”며 “주가가 최근처럼 움직여야 일할 맛이 난다”고 전했다.
지난 수년간 변동성 마비 증세에 손발이 묶였던 트레이더들에게 이번 주가 급등락은 가뭄에 단비나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모간 스탠리와 RBC 등 주요 IB들의 지난해 트레이딩 매출액이 1% 내외로 줄어들었고, 골드만 삭스는 18% 급감한 사실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일부에서는 갑작스러운 변동성 상승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고객들이 증시 주변으로 발을 뺄 경우 오히려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얘기다.
투자자들은 14일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지수를 기다리고 있다. 1월 지표에서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뛴 것으로 확인될 경우 채권 금리를 필두로 자산시장이 또 한 차례 출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1월 에너지와 음식료를 제외한 핵심 물가가 전년 동기에 비해 1.7% 상승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이날 취임식을 가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금리와 대차대조표 모두 점진적인 정상화 수순을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