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월급 오르자 해고 사태..입주민 합심해 보호하는 아파트도
서울시, 무료 노무상담, 일자리 안정자금 등 지원 약속
[뉴스핌=김세혁 기자]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일부 입주자 갑질이 논란인 가운데, 상생을 위한 노력도 눈에 띤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비원 월급이 올랐지만, 해고 없이 주민 노력으로 경비원을 '보호'하는 훈훈한 사연들이다.
◆“한겨울에 어디로”…경비원 지킨 주민들
<사진=뉴시스> |
서울 마포의 H아파트. 지난달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경비원 월급이 올랐지만 주민들이 인상분 지출에 동의했다. 임금인상에 스스로 부담을 느낀 경비원들이 더 노력했고 주민들도 이를 인정하면서 나온 결과다.
인천 검단의 E아파트도 마찬가지. 경비원 월급이 올랐지만 해고는 없었다. 입주민 대부분이 경비원 급여 인상에 찬성했다. 추운 겨울에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경비원들을 지키자는 공감대가 만든 결과다. 주민들은 경비원 휴게실에 냉·난방기까지 마련해줬다.
상생을 위해 자발적으로 관리비를 줄이는 입주민도 있다. 성북구의 D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서울시 에너지 자립마을인 이곳 입주자들은 주민부담금과 시 지원금을 모아 지하주차장과 세대별 형광등을 LED로 교체했다.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서다. 베란다에는 미니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10년 대비 2016년 기준 공용전기 사용량이 45%, 세대별 전기 사용량이 12.1%나 줄었다. 주민들은 이렇게 아낀 관리비를 아파트 경비원 최저임금 인상분을 충당하는 데 사용했다.
상생을 위한 주민들의 활동은 시에서도 지원한다. 서울시는 고용노동부와 함께 경비원 최저임금 정착과 일자리 지키기를 위한 지역주민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박원순 시장과 김영주 장관은 지난 5일 설명회에서 아파트 경비원 해고를 줄이기 위해 무료 노무 상담‧컨설팅,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소송 지원 등을 약속했다.
◆아랫사람 취급에 막말, 폭행까지…“갈길 멀다”
<사진=보배드림> |
반대로 ‘입주민 갑질’이 여전한 곳도 있다. 2014년 서울 모 아파트 경비원이 분신까지 했지만 주민 폭언과 협박은 여전하다. 일부는 폭행까지 서슴지 않는다.
최근 한 자동차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은 보는 사람들의 눈을 의심하게 했다. 주민이 짐이나 장바구니를 들고 들어가면 경비원이 알아서 입구 문을 열어주라는 민원이었다. 딱 봐도 젊은 주민이 쓴 이 글에는 “대한민국이 맞냐” “아파트 사는 게 벼슬이냐” 등 비난이 쏟아졌다.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원들은 새벽에도 차를 빼달라는 주민 민원에 시달린다. 잠에서 덜 깨면 곧바로 욕설이 날아오고 한참 어린 입주자가 반말을 하기도 한다. 다른 아파트에선 만취한 주민에 얻어맞아 부상을 당하는 경비원도 적잖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현상은 최저임금 인상 후 두드러진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일자리를 잃는 경비원이 속출한다. 최근 강남을 대표하는 값비싼 아파트에서 경비원 94명을 무더기 해고한 사례는 입주민 갑질의 전형으로 평가된다.
주민 갑질을 법으로 막는 공동주택관리법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바뀐 지 반년 째에 접어드는 공동주택관리법은 주민이 경비원에 정해진 업무 외에 다른 일을 지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공동주택관리법의 ‘구멍’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에 눈치가 보이는 경비원들이 주민 갑질을 여전히 받아주는 상황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양천구의 D아파트 경비원(62)은 “무리한 요구를 해도 거부하기 껄끄럽다. 안 그러면 일자리 지키기가 어렵다. 상생까진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