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사업자 유진기업, 도덕성 기준에 걸려 입찰 제한
자본금 기준 높이고 수주실적 기준은 낮춰
[뉴스핌=최유리 기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복권수탁사업자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도덕성과 기술력이 중요한 기준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제시한 선정 기준에서 이 부분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도덕성 기준이 강화되면서 현 사업자인 유진기업은 지분율 5% 이상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없을 전망이다.
19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올해부터 복권사업자 공공입찰 참여 자격 요건이 변경됐다.
우선 경제적 능력을 납입자본금 300억원, 순운전자본금 270억원 이상에서 각각 400억원, 36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기술적 능력을 보기 위한 최근 3년간 누적 수주 실적 기준은 매년 300억원 이상에서 200억원 이상으로 조정됐다.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에 따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참여할 수 없다.
복권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투입해야할 비용도 커졌다. 이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가를 보기 위한 납입자본금 기준을 높였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기술력의 경우 SW산업진흥법으로 대기업의 공공사업 참여가 제한돼 있다는 점을 반영해 수주 실적 기준을 낮췄다.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도덕성 기준이다. 기존 자격은 사업자가 되려는 기업의 지분을 5% 이상 가진 주주 또는 주주의 대표자가 최근 3년 이내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최근 '3년 이내'를 '5년 이내'로 확대했다. 도덕성 기준을 강화한 셈이다.
바뀐 기준으로 따지면 현 사업자인 유진기업이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은 김광준 전 부장검사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2014년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15년 1월 유진기업 대표이사에서 사임했으나 지분 11.8%를 소유한 최대주주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유진기업이 컨소시엄 내 지분율을 현재의 49.6%에서 5% 미만으로 낮춰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이 경우 도덕성 기준의 심사를 받지 않을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적 능력, 기술적 능력, 도덕성 등이 미달할 경우 감점 사항이 아니라 참여 자격을 제한한다"며 "개별 기업이 해당되는지는 추후 살펴볼 문제"라고 설명했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제안요청서에 따라 입찰 참여를 논의중"이라며 "2~3주 내에 컨소시엄 구성 등 큰 그림이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사업 운영의 안정성도 중요한 변수다. 입찰에 참여한 사업자들의 제안서를 평가하는 요건이 사업운영(425점), 시스템 구축 기술(425점), 가격(150)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기존 평가 요건은 사업운영(400점), 시스템 구축 기술(400점), 가격(200점)이었다. 이전보다 사업운영 및 시스템 구축 기술의 배점이 높아진 것이다. 이 기준으로는 기존에 사업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기업이 유리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입찰에서는 나눔로또가 가격 경쟁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4점 차이로 선정됐을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면서 "이번에는 사업이 커진 만큼 기술력과 안정성을 중요하게 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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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