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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로는 부족해"…조선업계, 금융권에 SOS

기사입력 : 2018년01월05일 11:23

최종수정 : 2018년01월05일 13:35

선박수주 증가로 RG 한도 상향 요청
추가 여신 및 차입금 만기 지원도

[뉴스핌=정탁윤 기자]지난해 말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국내 조선업계가 금융권에 구원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다. 당장 올해 만기 예정인 회사채 등 차입금 상환과 함께 하반기 이후 글로벌 수주전에 대비하려면 대규모 실탄이 필요해서다. 다만 금융권은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조선업계에 대한 지원에는 최대한 신중한다는 입장이다.

5일 금융권 및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 사장단은 정부에 추가 여신지원과 차입금 만기연장, 선수금환급보증(RG) 한도도 조정해 줄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특히 RG는 올해 하반기 수주가 확대되면 은행들과 약정한 한도를 넘어설 수 있기 때문에 조선사들은 한도 상향을 원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RG 한도는 11억달러이며 현대도 비슷한 수준이다. 삼성의 경우 선박을 수주하고도 국내 금융권이 RG 발급을 기피하면서 보증료율이 두 배로 비싼 해외 보험회사까지 찾아가 RG를 받아야 했다.

RG는 조선사가 선박건조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선주가 이미 지급한 선수금을 책임지고 돌려주겠다는 금융회사의 보증서를 뜻한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사들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는 이유 자체가 지난 몇년간 금융권에서 여신을 계속 축소해왔기 때문"이라며 "이자를 안낸 것도 아닌데 금융권의 조선업종에 대한 시각 자체가 너무 박한 것 아니냔 점에서 지원 요청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말 삼성중공업은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말 기준 가용자금이 1조3000억원, 올해 순유입 자금이 6000억원으로 총 2조2000억원 수준이다. 올해 회사채와 은행만기 자금 1조6000억원 정도를 다 갚아도 6000억원의 현금 여력은 있지만 금융권의 추가 여신 축소해 대비해 유상증자를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사진=뉴스핌DB>

현대중공업도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별도기준 순차입금은 1조 3500억원 규모다. 올해 상환해야 하는 자금은 9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 정도로 소규모다. 현대중공업은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경우 순차입금을 모두 해소할 수 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회사채 만기에 대응할 자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반기 이후 예정된 글로벌 수주전에 대비하려면 금융권의 추가 여신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같은 조선사들의 지원 요청에 대해 금융권은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이나 STX조선, 성동조선해양 등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가 크게 곤욕을 치룬 경험 때문이다.

다만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첫 공식 일정으로 거제 대우조선해양 조선소를 찾아 조선업 회생방안을 언급한 만큼 금융권도 여신지원 확대를 고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일단 조선업 불황은 내년말까지는 지속될 것 같은데, 정부 지원으로 2년을 버틸수 있느냐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며 "금융권도 정부가 보증을 많이 해준다면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보증하지 않고 민간이나 금융에 리스크를 떠안으라고 한다면 들어가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주 실장은 "국가경제 전체 차원에서 조선업종은 '과잉'인 것은 맞다"면서 "산업 경쟁력 논리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을 유도하는게 바람직하지만 자연스럽게 안되는 것이 문제고, 향후 발생할 모든 리스크에 대한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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