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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쟁국' 미국 새 안보전략으로 한국 '새우 등' 되나

기사입력 : 2017년12월19일 13:25

최종수정 : 2017년12월19일 13:25

전문가 "미국 우선주의 이미 예상됐던 것…유연한 대응 필요"
"북한, 미국의 '중국·러시아 경쟁구도 설정' 악용할 가능성"

[뉴스핌=노민호 기자] '미국 우선주의'를 골자로 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새 국가안보전략이 공개됐다. 중국을 미국의 군사와 경제 분야 경쟁자로 규정한 새 안보전략으로 인해 앞으로 미·중 양국의 이해관계가 부닥치는 충돌판이 한반도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뉴시스>

◆ "중국은 미국의 군사·경제 분야 '경쟁자'"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워싱턴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새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했다. 68페이지로 구성된 전략 문건에는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힘과 영향력, 이익에 도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경제를 덜 자유롭고 덜 공정하게 만들고 있으며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사회를 억압하고 그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정보와 데이터를 제어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외교 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청사진'으로 여겨지는 국가안보전략의 핵심은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의 이익과 가치에 반하는 '수정주의 국가'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을 의식한 듯 "경쟁의 새로운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면서 "미국은 나의 대선 슬로건인 미국 우선주의를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새 국가안보전략은 특히 중국을 군사·경제 분야까지 '경쟁자'로 규정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중국을 모든 영역에서 단순한 경쟁자를 넘어서 위협과 적수로 정의했다"면서 "내년부터 중국에 아주 공격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입장에서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동맹을 기본으로 하면서 중국의 협력이 긴요하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한다면 미·중 간 부정적인 경쟁구도 심화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다. 양국 틈바구니 속에 위치한 한국의 영향력과 의지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사진=AP/뉴시스>

◆ 전문가 "미국 우선주의 이미 예상됐던 것…韓, 유연한 대응 필요"

전문가들은 미국 우선주의에 기인한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은 예상 범위 내에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외교적으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9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사실 그동안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가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해서 사실은 혼란스러웠다고 볼 수 있다"며 "이번 발표를 통해 이러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조 수석연구위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한 경쟁관계 설정을 명확하게 했다는 것은 남북관계,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한국 정부가 커다란 숙제를 안게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향후 전개되는 상황을 보면서 유연한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행이라고 한다면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4대 원칙을 합의한 상황에서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이 발표됐다는 점"이라며 "미·중 사이에서 우리의 운신의 폭을 최소한 확보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석훈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 관점에서 본다면 저성장 장기화 타개는 미·중 양국의 공동 목표"라며 "미국과 중국은 각각 미국 우선주의와 일대일로를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홍 연구위원은 "과거 미국은 신자유주의로 해서 손해를 보더라도 계속 무역을 하고 평화를 유지해나간다는 취지였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철회하려고 한다"며 "이러한 입장에서 중국을 더욱 압박하고 경제적 수혜는 더 이상 주지 않겠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대일로, 첨단산업 육성 등을 보면 이미 중국도 이에 대한 대비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며 "때문에 (미·중 간) 외교적으로 큰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 연구위원은 "다만 미·중 간 패권경쟁이 점차 심해지고 양국의 충돌판이 한반도가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 "양국 간 기싸움에 한반도가 이용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중국·러시아 경쟁구도 설정'을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대립구도가 형성되게 되는 것을 노려) 과거 냉전시대의 북·중·러 관계를 다시 만들려고 할 수도 있다"며 "경제 분야 협력은 아무래도 한·중, 한·러 관계가 긴밀하기 때문에 깨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북핵문제를 포함한 지정학적 경쟁 문제에 있어서는 북한이 미국의 대외전략을 역이용해 자신들의 이른바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려는 목적으로 역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민호 기자 (no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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