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늘근도둑 이야기'에서 연기 중인 배우 노진원(왼쪽)과 박철민 <사진=나인스토리> |
[뉴스핌=황수정 기자] 정말 웃기다.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휘몰아친다. 왜 20년이 넘게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지 알만하다.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가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공연 중이다. 대통령 취임 특사로 풀려난 '더 늘근도둑'과 '덜 늘근도둑'이 '높으신 그 분'의 미술관에서 금고를 털려다 실패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는 작품이다.
공연은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3일밖에 되지 않은 단순절도 전과 18범 '더 늘근도둑'과 사기 전과 12범 '덜 늘근도둑'의 마지막 한탕을 위한 시도 이후 실패하면서 만나는 '수사관'까지, 극은 이들의 수다로 시작해 수다로 끝난다. 모든 말들이 애드리브 같지만 90% 이상 철저히 짜여진 대본이다.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에 출연하는 배우 지우석, 태항호, 유일한, 이호연, 전재형(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사진=나인스토리> |
'더 늘근도둑'에는 배우 노진형, 전재형, '덜 늘근도둑'에는 배우 박철민, 태항호, 지우석, '수사관' 및 멀티역에는 배우 유일한, 이호연이 출연한다. 이들은 끈끈한 호흡으로 관객들을 쉴 새 없이 웃긴다. 작품은 코미디의 문법을 매우 충실히 따른다. 반복된 상황에서 오는 웃음, 예측을 뛰어넘는 의외성와 예상 못한 이른 타이밍의 언행, 슬랩스틱 등 다양한 웃음 포인트로 관객들을 쥐락펴락 한다.
여기에 시사풍자를 더해 관객들의 공감도를 높였다. 크고 작은 사회 문제, 정치, 경제적 이슈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전 대통령들 언급은 기본에 청년 실업, 노인 빈곤 등에 최근 국정농단 사태와 블랙리스트까지 다양하다. 공연 때마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고스란히 담는다.
그러나 이러한 풍자는 관객들에게 호불호를 유발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그동안 하지 못한 말들을 속시원히 외친 '사이다'가 될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너무 편향된 시선으로 바라봐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결코 가볍지 않은 사안들을 너무 해학과 웃음으로 가볍게만 다루는 것 같기도 하다.
다만 그들의 이야기가 모두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기에, 그들의 대화를 통해 오히려 서글픈 현실을 돌아보게 만들기에, 1989년 초연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롱런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해답은 없지만 공연을 통해 관객들의 생각이나 행동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다면, 그또한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다.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에서 연기 중인 배우 노진원(왼쪽)과 박철민 <사진=나인스토리> |
'늘근도둑 이야기'는 특히 관객과의 소통이 매우 큰 공연이다. 등장할 때부터 이미 관객석에서 시작하는가 하면, 그들이 훔치고자 하는 금고는 관객 중 한 명이 선택되고, 관객들은 그들이 잠입한 미술관의 미술 작품이 된다. 관객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고, 때문에 극의 흐름이 바뀔 뻔 하기도 한다. 관객들은 단순히 공연을 '관람'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참여'하며 공연을 완성해나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는 오는 2018년 2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유니플렉스 3관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