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치금 100% 은행 예치…가상화폐도 70% 별도 보관
[뉴스핌=강필성 기자]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정부의 방침보다 강력한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자율규제안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의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가 모인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는 15일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자율규제안을 발표했다.
블록체인협회는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 기업과 가상화폐 거래소 등 40여개 기업이 가입된 곳이다. 이번 자율규제안은 정부의 가상화폐 관련 규제방향보다 더 엄격한 내용을 담은 것이 특징.
좌측부터 김화준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 코인네스트 김익환 대표, 코인이즈 정명묵 대표, 코빗 신희섭 법무실장, 에스코인 김태영 대표, 코인원 차명훈 대표, 플루토스디에스(한빗코) 김지한 대표, 빗썸 이정아 부사장, 코인플러그 어준선 대표, 한국블록체인거래소 신동화 대표,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 <사진=강필성 기자> |
먼저 협회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투자자가 맡긴 예치금을 100% 금융기관에 예치하,고 가상화폐 예치금도우 콜드 월렛(오프라인으로 보관하는 가상화폐지갑)으로 70% 이상 보관하는 것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또 거래소의 고유자산과 교환유보재산 등을 분리 보관해 매년 1회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를 받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합리적 규제할 수 있을 때 하지 않으면 기술적 변화에 대혼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그에 따라 우리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자율 규제안 마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예치자산을 임의로 출금할 수 없도록 은행과 협력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하는 단계”라며 “다만 신규상장 코인에 한해서는 70%를 지키기가 어렵고 기계적 지키다보면 보안 취약해지는 부작용이 있어 어느정도 거래가 늘 때까지는 적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자유규제안에는 ▲신규 가상화폐 상장 프로세스 및 투명성 제고 ▲본인계좌 확인 강화 및 1인 1계좌 입·출금 관리 ▲오프라인 민원센터 운영 의무화 ▲거래소 회원에 자기자본금 20억원 이상 보유 등 요건 강화 ▲임직원 윤리 강화 ▲독립적인 자율규제위원회 구성 등을 담았다.
특히 가상화폐에 대한 투기 열풍이 잠잠해질 때까지 신규 가상화폐의 상장을 중단하고 투기를 조장하는 광고나 에어드룹 등의 프로모션 역시 미루기로 했다. 출혈 경쟁 대신 보안 투자를 우선하는 방침도 밝혔다.
또 각계 전문가 7인으로 구성되는 자율규제위원회는 이번 자율규제를 관리, 감독 및 분쟁의 자율조정 등의 업무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위원회에는 전체 거래소의 회원사 1인만 참여토록 해 객관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김 공동대표는 “블록체인협회에 가입 안 된 곳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지만 회원사에서 위반사항이 발생할 경우 협회 제명까지 가능한 제재를 염두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제명되는 곳은 은행에서 원화입출금 차단 시스템으로 실효성 있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 자율규제협약에 모든 거래소가 참가한 것은 아니다. 두나무에서 만든 거래소 업비트는 현재까지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김 공동대표는 “이에 대한 내용을 이미 전달한 상태로, 두나무에서 보고 최종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공동대표는 최근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규제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유사수신 행위로 본다는 금융당국의 시선에는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유사수신행위는 금융 인가를 받지 않은 사업자가 돈을 받으며 수익률 등을 약속해야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소는 약속은커녕 투자 위험성을 강조하다”며 “유사수신 행위에 해당되지 않고 세계적 조류와 비춰봐도 우리 정부가 강조하는 혁신성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김 공동대표는 이어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어야 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적극 동의한다”면서도 “금융위는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볼 수 없어 선물 거래를 금지했는데, 기재부는 자산으로 보고 과세하는 모순에 빠졌다”고 덧붙였다.
가상화폐에 대한 중장기 규제와 관리가 필요하고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