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수정 기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르 클레지오가 서울을 무대로 한 신작소설 '빛나-서울 하늘 아래(원제: Bitna–sous le ciel de Séoul)'를 출간했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출판문화협회에서 르 클레지오의 신간 출판기념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작가 르 클레지오와 함께 대산문화재단 곽효환 상무, 번역가 송기정, 안선재 교수가 참석했다.
르 클레지오는 2001년 첫 한국 방문 이후 수차례 한국을 오갔고, 이화여대에서 1년간 석좌교수로 지내며 서울이라는 도시에 흥미와 애정을 느꼈다. '빛나-서울 하늘 아래'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눈으로 그려진 서울, 서울사람, 서울풍경을 담는다.
그는 "한국에 대한 소설을 쓴다는 것 자체가 제 인생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자 도전이다. 여행기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서울을 자주 오가면서 들은 많은 이야기들, 실제든 꾸며낸 이야기든, 혹은 전설이든 모든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르 클레지오는 '서울'에 대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다양한 놀라운 도시라고 생각한다"며 "서울이란 도시는 나로 하여금 이야기를 만들어내게 한다. 제목 역시 서울에 처음 왔을 때 누군가가 나에게 '언젠가 서울에서 다시 만나길'이라고 말했다. 낙관적인 메시지라고 생각해서 썼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은 많은 인구가 있고 늘 변화한다. 한 장소가 반년 후에 바뀌기도 한다. 이에 비해 파리는 고정되고 변하지 않는 도시"라며 "박찬욱 영화감독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서울이 변할까봐 떠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 그 불안감을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빛나-서울 하늘 아래'(이하 '빛나')는 서울을 무대로 한 르 클레지오의 최신 장편 소설로, 서울 대학에 갓 입학한 전라도 어촌 출신 소녀 '빛나'가 CRPS(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앓고 있는 여성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용이다. 총 다섯 가지의 에피소드가 담기는데 이는 르 클레지오가 직접 들은 이야기이거나 만들어낸 이야기다.
그는 "서울이란 곳을 목가적이고 이상적인 도시라고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위험도 있다. 에피소드 중에 스토커 이야기도 있는데, 실제로 이화여대에 있을 때 학생에게 들은 얘기다. 여학생들이 느끼는 공포감도 소설에 담았다"고 말했다.
또 "버스나 메트로 타는 것을 좋아한다. 도시를 알고 사람들을 만나는데 좋은 수단이다. 소설 속 모든 장소는 다 가본 곳이다. 서울의 여러 장소를 좋아하지만 특히 한강을 좋아한다"며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점쟁이 이야기, 택시 운전사들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빛나-서울 하늘 아래' 한글판을 번역한 송기정 교수는 "옆에서 봤을 때 정말 한국, 서울을 좋아한다. 번역하면서 굉장히 놀란 점은 나보다 서울을 더 많이 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남산 도서관 벽에 윤동주 시가 걸려있다는 게 소설 속에 나온다"며 "르 클레지오의 작품은 삶과 죽음이 만나고 고통, 가는 등 슬픔이 담기지만 결코 무겁지 않은 문체로, 시적이고 서정적으로 표현한다. 그만의 놀라운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문판을 번역한 안선재 교수 역시 "번역하게 되어 너무 기뻤다"며 "글 속에서 여러가지 감정, 서정적인 느낌을 전하는데, 각 에피소드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인생을 담고 있다. 아름답다"고 전했다.
한편, 르 클레지오의 신간 '빛나-서울 하늘 아래'는 한글판에 이어 영문판, 불문판 3개 국어로 번역된다. 영문판은 다음주 내로, 불문판은 내년 3월 출간된다. 이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등 다른 언어로도 순차적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서울셀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