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북한 쿠데타 발생 직후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는 치명상을 입은 북한 1호와 함께 남한으로 내려온다. 그 사이 북한은 대한민국과 미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남한은 계엄령을 선포한다. 이때 북한 1호가 남한으로 내려왔다는 정보를 입수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는 전쟁을 막기 위해 이들에게 긴밀한 접근을 시도한다.
영화 ‘강철비’의 영어 제목은 강철과 비를 그대로 번역한 스틸 레인(steel rain). 실존하는 탄두 미사일로 미국에서 제조된 M270 MLRS의 별칭이기도 하다. ‘변호인’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양우석 감독은 충무로 최초의 핵전쟁 영화를 들고 극장가를 찾았다. 양 감독은 핵이라는 이슈를 통해 한반도의 위태로운 현실을 직시하고 냉정하게 미래를 내다봤다. 여전히 돌아가는 법은 없다. 이번에도 직설 화법으로 정확하게 메시지를 던진다.
대체로 (종종 과한 설정도 있지만) 설득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북핵을 둘러싼 한·미·일의 시선이 냉정하게 담겼다. 극한의 상황에 치닫자 미련없이 돌아서는 주변국의 처세까지 용감하게 담아냈다. 또한 북을 주적이라 믿는 현직 대통령(김의성)과 역사적 소명 의식을 강조하는 차기 대통령(이경영)의 대립을 통해 우리의 이중적 시선을 곱씹었다.
지루할 틈이 없다는 건 ‘강철비’의 가장 큰 장점이다. 영화는 14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한순간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촘촘하게 짜인 전개에 관객은 북핵이 제2차 한국전쟁 위기를, 핵전쟁을 불러온다는 공포에 쉽게 빨려 들어간다. 더욱이 현 남북관계는 북핵으로 한껏 경직된 상황. 시의성이 짙다 보니 피부에 더 와 닿는다. 적당한 오락성 덕도 봤다. 양 감독은 곳곳에 유머 코드를 배치, 관객의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무거운 분위기를 이따금 환기시켰다. 막대한 제작비로 완성된 화려한 CG 또한 흡인력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물론 단점도 존재한다. 뜻밖에도 첫 번째 문제는 정우성에게서 포착된다. 정우성은 극중 타이틀롤 엄철우를 열연했다. 연기로 크게 호평받는 배우는 아니지만, 그간 정우성은 깊은 눈빛과 표현력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창조해왔다. 이번에도 그렇다. 정우성의 눈은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메시지를 품고 있다. 그러나 그 무게가 과해 홀로 동떨어진 느낌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평양말 대사가 정확하게 꽂히지 않는다. 어색하다기보다 단어 자체를 알아듣기 힘들다.
결말을 놓고는 호불호가 가릴 법하다. 시원하게 달려가던 영화는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급작스럽게 드라마로 노선을 변경한다. 그간의 남북 영화가 모두 그랬듯 두 남자의 우정에 무게가 실리고 만다. 그리하여 남과 북은 하나가 됐다는 마무리도 빠지지 않는다. 양 감독 특유의 휴머니즘이라고 한다면 할 수 없지만, 워낙 초반부 힘이 좋던 터라 아쉬움이 남는다. 오늘(1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