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공항공사 30% 인하안 거부.."더 깎아줘야"
공항공사 "의견 취합해 협의해 나가겠다"
[뉴스핌=이에라 기자]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자들이 공항공사가 제시한 제1여객터미널(T1) 임대료 조정안을 결국 거부했다.
면세점 사업자들은 공항공사 측이 제시한 제2여객터미널(T2) 이전에 따른 T1의 단순 여객수 감소 외에도 객단가(인당 구매 금액)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항공사측은 협의를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7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신라·신세계 면세점 3사는 전날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이 제안했던 T1 임대료 30% 일괄 인하 조정안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각 사별로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구체적인 임대료 인하폭 보다는 추가 인하가 선행되어야 하는 배경을 의견서에 담았다.
내년 1월 T2 오픈을 앞두고 있는 인천공항공사는 지난달 23일 T1 임대료를 30% 낮추겠다는 조정안을 면세 사업자들에게 보냈다. 2015년 3기 면세점 사업자들과 계약을 체결할 당시 T2가 오픈하면 T1 여객이 T2로 이전되는 감안해 임대료를 조정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문제는 공항공사 측이 제시한 조정안의 임대료 인하폭이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사진=뉴시스> |
공항공사는 지난해 기준을 감안해 T2 오픈 이후 T1 여객수가 약 30%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근거로 T1 임대료도 T2 오픈 이후부터 30% 일괄적으로 깎아주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반면, 면세점 업계에서는 고객수 감소 외에도 객단가 등을 지표로 인하안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T2에는 대한항공과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네덜란드 KLM 4개사가 T1에서 이전한다.
이 중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은 고객 객단가가 큰 것으로 알려져, T1 매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판단이다. 이를 감안해 요구하는 인하폭은 약 40~50% 안팎이다.
3기(2015년 9월~2020년 8월) 인천공항 T1 면세점 사업자들이 향후 내야할 임대료는 4조원이 넘는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3개년도 동안 내야 하는 임대료가 3조원을 웃돈다. 만약 임대료 조정안 인하폭이 50% 까지 시행될 경우 임대료만 1조원 이상 내려가는 셈이다.
아울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중국인 단체 관광 중단에 따른 피해도 면세점 업계가 요구하는 임대료 조정 반영 요소 중 하나다. 관광업계 절대적 큰손으로 불리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3월 중단되면서 시내면세점들의 매출이 급감했고 이로 인해 공항 면세점 마저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상대적으로 높은 임대료를 내야 하던 공항 면세점의 부담은 더 커졌다.
임대료 부담이 가장 큰 롯데면세점은 현재 공항공사와 T1 임대료를 최소보장액에서 품목별 영업료율로 조정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현재 양측은 4차 협상을 가졌지만, 임대료 문제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 롯데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 신고서까지 제출했다. 특약으로 인한 임대료 재협상 여지가 없다는 점과 과도한 위약금, 계약 해지 조건 등이다.
공항공사 측은 면세점 사업자들이 보낸 의견서를 검토한 후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공사측은 다음달 T2가 오픈하기 전까지 T1 임대료 조정 문제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사업자들이 동반 거부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무조건 강행하기는 힘들어졌다는 분석이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면세 사업자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협의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T1 임대료 조정 문제가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다"면서도 "공항공사 측과 협상을 시작해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