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예산 늘리고 보자"…부처 이기주의 팽배
예산 활용 효율성 떨어져
전문가 "예산 편성·집행 관리 강화해야"
[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정부가 예산이 부족하다며 해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지만 다 쓰지 못하고 남기는 돈이 1년에 10조원이 넘는다. 사업 부처에서 예산을 일단 늘려놓고선 정작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예산 편성 단계부터 부처 예산을 꼼꼼하게 검토하고 현장 점검 등을 통해 집행률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27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 예산 불용액은 최근 5년 평균 10조원이 넘는다. 정부가 예산을 배정해놓고도 각 부처가 매년 10조원 넘게 사용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박근혜 정권 첫해였던 2013년 불용액은 18조1000억원으로 불용률은 5.8%다. 2014년 불용률은 5.8%로 예산 17조5000억원을 남겼다. 2015년과 2016년 불용액은 각각 10조8000억원(5.5%), 11조원(3.2%)이다. 문재인 정권은 올해 예산 불용율를 2%대까지 낮춘다는 목표다.
기재부는 불용 예산 발생 사유로 사업 변경을 꼽는다. 사업 변경이나 중단, 행정 절차 지연 등으로 예산 집행이 미뤄지거나 당해 회계연도에 다 쓰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전문가는 부처 간 예산 따내기 경쟁이 불용률을 높인다고 지적한다. 일단 예산을 많이 배정받아놓고 보자는 부처 이기주의가 불용 예산이 많아지는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일부 부처는 지난해보다 사업 예산을 더 받았으면서 예산 집행률은 저조한 모습을 보인다. 법무부 올해 검찰 운영비는 607억원으로 지난해(503억원)보다 20.7% 늘었다. 3분기까지 집행률은 62.4%(379억원)에 그쳤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일부 사업 예산을 지난해보다 늘렸지만 집행률은 낮다. 문체부 올해 국립박물관운영 예산은 872억원으로 지난해(804억원)보다 약 8.5% 확대 편성했다. 3분기까지 관련 예산 중 457억원만 썼다. 예산 집행률은 52.4%다. 해외문화홍보원 운영비도 10.6% 늘었지만(879억원→972억원) 집행된 예산은 578억원(집행률 59.5%)에 머물렀다.
국토부는 국토지형관리 예산을 지난해 819억원에서 올해 1027억원으로 늘렸다. 3분기까지 쓴 돈은 681억원으로 집행률은 66.3%에 머물렀다.
조세·재정 관련 전문가는 "기획재정부는 정부 예산을 각 부처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배분하지만 부처 입장에선 예산을 얼마나 확보하냐가 중요하다"며 "재정 당국이 예산 편성은 물론이고 재정 집행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불용 예산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