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보름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뉴스핌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뉴스핌=글 양진영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데뷔 6년 만. 주연작도 감사한데 인생 캐릭터까지 만났다. 한보름이 '고백부부'로 한 단계 발전한 연기를 보여줬다. 왈가닥이지만 사랑에 누구보다 솔직한 윤보름 역을 통해서다.
누구도 성공을 예단하지 못했지만, 눈부신 찬사와 함께 종영한 KBS 2TV '고백부부'. 작품을 마친 한보름과 만났다. 실제 윤보름이 TV에서 나온 듯 똑 부러지고 당찬 말투가 "저와 정말 닮은 캐릭터"라는 한보름의 말을 뒷받침했다.
"'고백부부'가 많이 사랑을 받아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하면서 짧지만 알차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서 이 작품이 선물같이 느껴져요. 많이 사랑해주신 만큼 더 잘하지 못한 게 아쉽기도 하고요. 좀 아쉬워하신 분들도 계셨는데 그것마저 많이 사랑받아서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극중 보름이를 사랑해주신 만큼 한보름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고백부부'는 장나라, 손호준의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긴 했지만, KBS의 금토드라마라는 낯선 편성, 또 파업 상황과 맞물렸다. 여러 주변 여건들이 섣불리 대박을 예감하기는 힘든 작품이었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입장에서 불안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을 터였다.
배우 한보름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뉴스핌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어떤 드라마를 하든, 잘 될 거다 안될 거다 하는 예측은 섣불리 안해요. 시나리오 보고 너무 재밌었고 현장도 너무 즐거웠어요. 촬영장이 아니고 여행 가는 것처럼 일하러 갈 정도였죠. 다들 사이가 좋고 돈독했고 생각지 못하게 사랑을 많이 받아서 힘이 더 많이 났어요."
한보름이 '고백부부'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꽤 특별했다. 그는 "일단 내용이 너무 재밌었고 이건 내가 안해도 꼭 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처음 시놉을 받았을 때를 떠올렸다. 이름마저 같은 윤보름 캐릭터로 출연하게 된 것도 행운이었다.
"대본을 4부까지 받았는데 뒷 내용이 너무 궁금했어요. 윤보름이라는 이름의 캐릭터가 있는 게 굉장히 신기했죠. 사실은 천설 역으로 처음에 오디션을 갔는데 윤보름이 나랑 이름도 같고 성격도 닮아 있어서 끌렸어요. 다 마치고 감독님께 마지막에 윤보름도 읽어봐도 되겠냐고 부탁드렸고, 다음번에는 윤보름 역으로 다시 한 번 준비해서 미팅을 했죠. 그렇게 만나게 됐어요."
극중 털털하고 왈가닥 같은 윤보람은 껄렁한 자세나 거칠 것 없는 말투까지 흔하지는 않지만 주변에 꼭 한 명은 있을 법한 여자아이였다. 한보름은 "스타일링이나 윤보름의 걸음걸이를 표현하려고 진짜 편한 모습을 꺼냈다"고 말했다.
배우 한보름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뉴스핌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실제 한보름 중에 진짜 친한 친구들한테 보여주는 걸 꺼내서 표현했어요. 가장 편한 모습을 윤보름에게 담으려고 노력했죠. 옷도 귀찮을 수도 있는데 스타일리스트랑 자료를 많이 공유하고 헤어, 메이크업 다 정말 많이 찾아봤어요. 90년대 스타일로 피팅도 많이 하고요. 요즘은 너무 핏이 예쁘게 나와서 예전에 입던 남자 바지를 가져다 입어보기도 하고. 더 이것저것 준비했던 것 같아요."
한보름은 어쩌면 '고백부부'에서 연기 변신을 시도한 것과 다름 없었다. 전형적인 미인상인 외모 덕에 도도하고 신비주의적인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지만 윤보름은 180도 달랐다. 한보름은 자신과 꼭 닮은 캐릭터였기에 더 좋았다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지금까지 만난 역할 중에서는 '인생 캐릭터'임을 고백하기도 했다.
"어둡고 청순하고 예쁜 역을 주로 해와서 처음에 천설 역에 오디션을 가게 됐나봐요. 윤보름이 저와 비슷하니 편했어요. 놀러가거나 친구를 만나는 기분으로 했으니까요. 장난도 굉장히 많이 치고 캐릭터에 다들 녹아들어서 가장 신나게 연기했어요. 그래서 더 끌리고 더 애정이 가요. 당연히 윤보름이 인생 카릭터예요. 어떤 분이 '드라마 캐릭터 하나 하나가 다 인생캐'다 댓글 다신 걸 봤는데 그게 너무 좋았죠. 제 베스트 댓글이에요."
사실 한보름의 연기 경력과 나이를 고려할 때, 인지도나 유명세를 생각하면 조바심이 날 법도 했다. 그는 "아이돌 준비를 오래 했었다. 그때 딱 하나 배운 게 참을성"이라고 말하며 지금도 행복하게 연기하고 있다고 꽤 어른스레 말했다.
배우 한보름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뉴스핌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작품 안하고 수입이 없고 이러면 누구라도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죠. 친한 분들이랑 하는 얘기가 아직 떼 쓸 때가 아니라고 그래요. 10년은 해본 다음에 떼 쓰자고요.(웃음) 아직 6년 밖에 안됐으니까요. 10년은 적어도 최선을 다해야 빛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은 잘 될 수 있는 과정 중 하나고 연기를 하고 있어서 딱히 불행하지도 않아요. 기다리다보면 좋은 작품이 올 거고 좋은 분들도 만나게 되겠죠?"
올해를 '고백부부'로 잘 마무리한 한보름. 내년에는 더 열심히 일하고픈 마음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조금 돌아왔지만 차근히 과정을 밟아왔기에 그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는 이들이 많을 터. 그는 이 기세를 몰아 차기작에서 또 한번 인생 캐릭터를 만나길 꿈꾸고 있었다.
"내년엔 더 많은 작품으로 많이 인사하고 싶어요. 거의 매년 한 작품 정도만 해왔거든요.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라고 있고, 더 성장할 수 있는 단계니까 내실 다지면서 천천히 올라가고 싶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행복이에요. 항상 행복하시라고 말하고 다녀요.(웃음) 연기자를 하면서 스스로 '왜 연기를 하지?' 물었는데, 행복하기 위해서니까요. 늘 행복하게 연기하고 또 행복함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