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 서울시무용단 창작무용극 '로미오와 줄리엣-블루벨' 커튼콜에서 관객들에 인사하고 있는 줄리엣 역 박수정, 로미오 역 최태헌 <사진=뉴스핌 DB> |
[뉴스핌=최원진 기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쓰인 포스터만 보고 티켓을 산다면 큰코다친다. 무용수들의 춤솜씨는 흠잡을 데가 없었지만, 극 전개는 원작과 너무 달랐다.
세종문화회관 산하 서울시무용단의 창작무용극 '로미오와 줄리엣-블루벨'이 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셰익스피어 원작 '로미오와 줄리엣'에 우리나라 정서와 음악, 춤을 접목해 재해석한 서울시무용단. 다시 연출하는 과정에서 서울시무용단은 원작에 등장하는 '두 원수 가문' 부분을 제외하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그리고 파리스의 집착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앞뒤 편집이 너무 심해 원작과 다른 작품이 나왔다.
'1장 운명의 서곡' 프롤로그에서 제사장(무녀) 이해선이 등장해 로미오 역 최태헌, 줄리엣 역 박수정의 영혼결혼식을 올린다. 이해선의 파워풀한 춤과 세세한 표정 연기, 무용수들의 군무 모두 멋졌지만, 원작을 알고 온 관객들은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2장에서 파리스가 갑자기 등장해 티볼트와 만나고 있는 로미오 사이에 훼방을 놓는다. 로미오의 일행은 파리스의 부하들에 의해 내팽개쳐지듯 쫓겨난다. 원작을 아는 관객은 파리스와 로미오가 라이벌이라는 걸 알지만 원수 가문 세계관을 뺀 극에서 파리스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특히 결말이 원작과 달랐다. 원작에서 로미오는 줄리엣이 죽은 줄 알고 자살하는데 이번 공연에서 로미오는 파리스의 칼에 맞고 죽는다. 부족한 극 개연성과 원작과 다른 결말이 아쉬움을 자아냈다.
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 서울시무용단 창작무용극 '로미오와 줄리엣-블루벨' 커튼콜에 등장한 청동종 <사진=뉴스핌 DB> |
이번 공연 타이틀의 부제는 '블루벨(Blue Bell)'이다. 서양의 '골든벨(Golden Bell)'과 상반되는 한국의 청동종(靑銅鐘)이 무대 소품으로 등장했다. 두 주인공 사랑의 결말이 비극에 그치지 않고 모든 갈등으로부터 평화와 안녕을 바라는 작가가 의도한 연출이었다. 하지만 5000원 프로그램북을 별도로 구매하지 않은 관객들은 이런 숨은 뜻을 알 수가 없다. 부제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포스터, 팸플릿에 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서울시무용단 무용수들의 춤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늘거리는 한복 의상을 입은 여성 무용수들과 칼을 무장한 파리스 부하들이 무대를 꽉 채우고 선보인 칼군무는 감탄을 자아냈다. 한국무용과 발레의 만남과 우리나라 전통 장단을 바탕으로 흘러나오는 서양 클래식은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극 시작과 마지막에 등장하는 오르가니스트 구상길의 파이프오르간 연주는 웅장함을 자아냈다. 최태헌, 박수정의 로미오와 줄리엣 풋풋한 사랑 연기는 관객들의 미소를 자아냈다.
한편 서울시무용단 '로미오와 줄리엣'은 10일까지 공연한다.
[뉴스핌 Newspim]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