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수정 기자] 가까이 있지만 쉽게 가지 못하는 곳. 관광의 형태로 마주하지만, 유쾌한 마음은 가질 수 없는 곳. 남북 분단의 현실이자 가장 상징적인 장소, 비무장지대(DMZ, Dmilitarized zone)를 무대 위에서 만난다.
연극 '워킹 홀리데이(Walking Holiday)'는 제작진과 배우들이 DMZ 일대를 도보로 횡단하며 다양한 감각으로 경험하고 느낀 바에 대해 전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그 공간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돌이켜보며,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수많은 경계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이들은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3차례에 걸쳐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시작으로 연천,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의 동해 앞바다까지 약 300km를 횡단했다. 공교롭게도 38도선 부근의 갈라진 땅의 경계를 걷을 때마다 매번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강행했다. 때문에 더욱 선명하거나, 비현실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었을 테다.
같은 길을 걷더라도 6명의 배우는 각기 다른 생각을 했을 터. 이를 모아 하나의 무대로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경성 연출은 무대 위에 또 하나의 작은 무대를 완성했다. 무대 중앙에 모래를 쌓아 산과 강을 만들고, 미니어처를 이용해 그들이 걸으며 만났던 사람들(대부분은 군인들)을 표현했다.
극이 진행되면서 모래로 만든 지형과 미니어처들의 위치가 몇 차례 바뀌는데, 배우들이 직접 이를 연출한다. 또 배우가 직접 카메라로 근접 촬영을 하고, 이는 바로 모니터를 통해 보여지면서 눈으로 바라보는 전반적인 무대와 모니터로 표현되는 미니어처의 무대, 디오라마가 전하는 다른 느낌이 인상적이다.
이외에도 모니터를 통해 도보 여행 당시의 인터뷰를 전하거나, 배우의 얼굴이나 발을 클로즈업 하고, 크로마키를 사용한 연출을 하는 등 매우 다채롭게 활용된다. 또 무대와 관객 뒤쪽까지 배우들이 걸어다니면서 '걷기'라는 행위에 대한 감각을 더욱 직접적이고 강하게 전달한다.
물론, 극은 배우들이 직접 관객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어 극적 긴장감을 자아내지는 못한다. 걸을 때 느낀 점, 도보여행을 할 때 주의할 점, 여행 중 겪은 에피소드, 혹은 공간과 관련된 과거 추억 등이 주를 이룬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재현하는 장면도 펼쳐진다.
각자의 소리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렸으면 더욱 좋았을 테지만, 순간 순간 몰입도를 높이며 지루하지는 않다. DMZ라는 공간의 특성상 특히 군이나 총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이 차지하는데, 이또한 흥미롭다. 대수롭지 않게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모이면서, 무감각해진 우리에게 현실을 다시금 깨닫게 만든다.
그동안 간접적으로 DMZ, 분단 등을 마주했을 때와는 달리 매우 덤덤하고 담백하다. 땅에 남은 비극의 흔적들을 걸음으로써 되새긴 연극 '워킹 홀리데이'는 오는 26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두산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