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지적 장애를 가진 아들 인규(김성균)를 24시간 돌보느라 프로 잔소리꾼이 된 엄마 애순(고두심). 두통이 심해 병원에 들른 애순은 뇌종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그 순간 애순이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인규다. 애순은 자신이 떠난 후 홀로 남겨질 아들 생각에 아픔보다 걱정이 앞선다. 이에 특별한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빈칸을 채워간다.
영화 ‘채비’는 TV 다큐멘터리에서 출발했다. 지적 장애 있는 50세 아이와 그 아이를 키우는 80세 노모. 노모는 아들을 두고 떠나며 마지막 영상 편지를 남긴다. 너로 인해 하루하루 행복하고 재밌었다고. 조영준 감독은 노모의 눈에서 희망을 봤다. 그래서 아들을 홀로 두고 떠날 채비를 하는 노모의 마지막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머지않은 엄마의 죽음, 자식을 두고 떠나야 하는 엄마의 모성. 언젠가는 이별을 겪게 될 부모 자식이라면 누구라도 무너질 수밖에 없는 소재다. 조금만 건드려도 목놓아 울 수밖에 없는. 하지만 노모의 눈에서 희망을 발견한 조 감독은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을 택했다. 눈물 쏙 빼는 신파일 듯했던(물론 초반부는 신파 느낌이 강하다) ‘채비’는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오히려 잔잔하고 덤덤하게 흘러간다. 여느 이별 영화와는 다르다.
애순과 인규 곁에 머무는 다양한 인물들 역시 ‘채비’만의 색깔을 보여준 지점이다. 딸부터 동사무소 직원, 동네 유치원 선생님까지, 누구도 악한 이는 없다. 조 감독이 그린 세상에는 장애가 세상을 살아가는 장벽이 될 수 없다. 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아무런 의심 없이, 편견 없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통해 희망을 말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조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신파로 빠지는 영화가 아님에도 만일 더 크게 울고 더 크게 아팠다면, 그건 배우들의 덕(?)이다. ‘국민 엄마’ 고두심이 엄마 애순을 연기했고, 팔색조 배우 김성균이 아들 인규 역을 맡아 모자로 호흡을 맞췄다. 여기에 유선, 박철민, 신세경이 딸 문경, 박계장, 인규의 짝사랑녀 경란으로 분해 가슴 저릿한 열연을 펼쳤다. 오는 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오퍼스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