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부회장 후임,'반도체 외길' 김기남 사장 거론
고동진·김현석 사장 등도 '검증된 후임'으로 주목
[ 뉴스핌=황세준 기자 ] 삼성 인사가 임박하면서 '이재용 뉴삼성'을 이끌어 나갈 2인자들이 주목받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용퇴 후폭풍으로 연쇄적인 후임 지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19일 삼성 안팎의 말을 종합해보면 권 부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전자 DS부문장을 맡을 인물로 김기남 반도체총괄 사장이 거론된다. 권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외길을 걸어온 '정통 엔지니어'라는 점에서다.
김기남 사장 <사진=이형석 기자> |
서울대학교 전자공학 학사-카이스트 석사로 이어지는 학력도 판박이다. 권 부회장은 전기공학, 김 사장은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삼성 관계자는 "권 부회장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우선 내부 인물 중에서 선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김 사장은 올해 3월 반도체 산업 부문에서 보여준 리더십과 전략적 비전, 뚜렷한 영향력 등을 인정받아 벨기에 IMEC로부터 '평생혁신상'을 수상했다.
김 사장이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까지 겸직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그는 51세던 2010년 종합기술원장에 올라 최연소로 사장단에 합류했고 2013년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부 사장을 맡은 경험이 있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 내부에선 부사장급의 사장 승진을 통해 단독 CEO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월 박동건 사장이 물러나고 권 부회장이 겸직하는 체제로 바뀌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 /김학선 기자 yooksa@ |
김 사장 후임으로는 메모리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진교영 부사장이 주목받고 있다. 진 부사장은 55세(1962년생)다. 그 역시 1997년 삼성전자 메모리연구소에 입사해 '반도체 외길'을 걷고 있다. 지난 2014년엔 메모리사업부 DRAM 개발실장도 역임했다.
이런 가운데 권 부회장이 용퇴 배경으로 "쇄신"을 언급하면서 아직 거취를 밝히지 않은 '이건희 세대'인 신종균 IM부문장(사장), 윤부근 CE부문장(사장)이 후임에게 자리를 물려줄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미래전략실과 같은 그룹 콘트롤타워가 없는 상황에서 CEO들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계는 삼성전자 사업부문장 3인이 동반 사퇴하면 일대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준비된 2인자'들의 존재하는만큼 무리없는 세대 교체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신 사장 후임으로 주목받는 인물은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이다. 지난해 무선사업부장을 맡은 그는 갤럭시노트7 발화사고를 수습해 삼성 스마트폰 사업의 글로벌 신뢰를 회복한 1등 공신이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기술전략팀장을 맡아 파트너사와의 전략적 제휴 관계도 다졌다. 한때 '이재용 폰'으로 알려졌던 갤럭시S6도 실상 고 사장이 맡은 작품이다.
그는 평소 팀워크 중심의 업무를 중시하는 성향이라 수평적 문화로 대변되는 이재용식 '뉴삼성' 시대를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다.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1실장 <사진=삼성 글로벌 뉴스룸> |
회사측은 "고 사장은 조직 전체 직원의 참여와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스타일"이라며 "직원들과의 친화력도 좋아 제품 혁신을 신속히 이끌고 기술과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리더로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고 사장은 지난 9월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래 준비에 관해 언급했다. 당시 그는 "미래 준비에 소홀함이 있으면 안된다고 다짐한다"며 "5G 이동통신 대응을 제대로 잘해야 한다는 생각하며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 사장을 이어 차기 무선사업부장 자리에는 무선사업부 마케팅팀장 겸 글로마케팅센터장인 이영희 부사장과 무선사업부 개발1실장인 이인종 부사장 경합구도라는 분석이다.
이영희 부사장은 삼성 최초의 여성 사장 후보로 주목받는 인물이다. 1964년생으로 레오버넷코리아 광고담당, 유니레버코리아 마케팅매니저, SC존슨코리아 마케팅디렉터, 로레알코리아 약국병원사업부 총괄이사 등을 거쳤다. 2007년 삼성전자 DMC연구소 전략마케팅팀 상무로 합류했고 5년만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팀장(부사장) <사진=삼성전자> |
'인류에 의미 있는 가치를 주는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브랜드'가 그의 마케팅 철학이다. 이 부사장이 담당한 갤럭시 S8 브랜드 광고 '타조의 꿈'은 노트7 발화를 딛고 재도약하는데 기여했다. '클러오 광고제' 7개 부문, '칸 라이언즈' 7개 부문 수상하며 세계 3개 광고제 중 2개를 석권했다.
지난 2013년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 부사장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최고마케팅책임자’ 2위로 선정했다. 2015년 포브스코리아는 그를 ‘유리천장을 뚫은 경제계 파워우먼 25인'으로 꼽았다.
이인종 부사장은 삼성 스마트폰의 혁신을 이끌어낸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화시켰다. 1966년생으로 2011년 삼성전자에 합류해 6년간 삼성 페이, 덱스, 빅스비, 녹스 등을 이끌었다.
삼성전자 입사 전에는 14년간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서 컴퓨터과학 교수로 근무했다. 분산 컴퓨팅, 컴퓨터 네트워크, 모바일 컴퓨팅 분야에서 100개 이상의 저널 및 회의 논문을 발표했다.
음성인식 인공지능 '빅스비'는 그의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이 부사장이 합류한해부터 6년간 빅스비를 준비해 올해 갤럭시 S8에서 처음 선보였다. 이 과정에서 이 부사장은 빅스비 생태계 확장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비브랩스 인수를 주도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 <사진= 김겨레 기자> |
윤부근 사장 후임으로는 김현석 VD사업부장(사장)이 오래전부터 거론돼 왔다. 그는 윤부근 사장과 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 선후배 사이로 1992년 9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에 수석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모니터개발그룹장, LCD TV개발그룹장 등 연구개발직을 두루 거쳤다. 3D TV, PDP TV, LED TV, SUHD TV, QLED TV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사장 승진은 2014년에 했다.
그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등 주요 행사와 전략거래선 미팅 등에 윤 사장과 함께 동행하며 글로벌 경영을 펼쳤다. 최근에는 기업간거래(B2B) 확대를 모색 중이다. 2020년까지 사업부 매출의 30%를 B2B로 채운다는 목표로 '시네마 LED'등 신제품 마케팅에 공들이고 있다.
김현석 사장 뒤를 이를 인물로는 VD사업부 영상전략마케팅팀장인 김문수 부사장(1963년생), 한국인 최초 구글 부사장을 역임하고 2014년 합류한 이원진 부사장(1967년생) 등이 꼽힌다.
한편, 사장단 및 임원 인사와 관련해 회사측은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은 현재 없다"는 입장이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