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인상 주범 오인 우려…기름보다 석유화학 이익 비중 커
[뉴스핌=정탁윤 기자] 기름값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기름값 상승에 따른 이익은 미미한데, 기름값 올려서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여론만 꼬리표처럼 따라붙기 때문이다.
17일 관련업계와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한때 1400원대이던 시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최근들어서는 1600원 넘어섰다. 지난 8월 이후 석달째 기름값이 꾸준히 오른 결과다.
실제 10월 둘째주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2.6원 오른 1503.1원/ℓ로 11주 연속 상승했다. 경유는 2.7원 상승한 1294.0원/ℓ로 12주 연속 상승세다.
국내 기름값이 이처럼 꾸준히 오르고 있는 것은 미국의 원유 재고 및 생산 감소, 이라크와 KRG(쿠르드자치정부)와의 갈등 심화 등으로 국제유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거기에 지난 8월 미국에서 정제설비가 밀집한 텍사스지역에 허리케인 '하비'가 덮쳐 국제 석유제품 공급에 차질을 발생시킨 것도 국내 기름값 상승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연장 가능성 까지 제기되며 당분간 국제유가는 강보합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이같은 기름값 상승을 마냥 반길수만 없는 처지다. 실적에 도움은 되겠지만 큰 영향은 없기 때문이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4년 국제유가가 100불이 넘고 국내 휘발유 가격이 1900원~2000원 하던 시절에도 1조원 가까운 적자를 내지 않았느냐"며 "국내 기름값이 비싸다고 정유사들이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고 정제마진이 좋아야 이익을 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에 유통시키는 기름으로 벌어들이는 이익은 미미한데, 기름값 올려서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여론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셈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현재 정유부문보다 석유화학 등 비정유부문에서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 또 제품의 60% 가량을 수출하고 있어 국내 기름값 상승에 따른 이익 증가에는 한계가 있다.
8월부터 11주 연속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며 전국 평균 가격이 리터당 1,504.93원을 기록하고 있다. 16일 오전 서울 광진구 인근의 주유소에서 리터당 휘발유를 리터당 1,548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단적으로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국내 정유4사(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개별기준)은 총 1조 9684억원으로 집계됐다.
그중 정유부분은 1조1631억원(59%), 비정유부분은 8053억원(41%)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률을 보면 정유가 3.0%, 비정유 15.3%로 조사됐다. 정유사들이 비정유부문의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는 이유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정유사들이 휘발유를 팔아서 얻는 이익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가장 큰 수익은 석유화학에서 올리고 있다"며 "내수에서는 (석유화학제품 원료인) 휘발유보다 나프타 비중이 40% 정도로 제일 많고, 휘발유는 전체 소비중에 8% 밖에 안된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