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연휴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으로 방송된 '1%의 우정' '하룻밤만 재워줘' '100인의 선택' '김무명을 찾아라' <사진=KBS 2TV, tvN 홈페이지> |
[뉴스핌=최원진 기자] MBC 총파업이 어느덧 한달을 훌쩍 넘어 40일에 육박하고 있다. 명절만 되면 각종 파일럿 프로그램을 쏟아내던 MBC가 올해는 한 개도 론칭하지 못했다. 반면, 타 방송사는 이를 기회로 여긴 듯 앞다투어 특집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지상파 2사(KBS·SBS)와 tvN, JTBC에서 준비한 예능 파일럿만 총 14개다.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 중에는 높은 시청률과 함께 호평을 받으며 정규 편성 가능성을 높인 방송이 있는가 하면, 나쁘지 않은 시청률이지만 혹평을 받은 프로그램도 있다.
◆ '이런 방송은 처음이야'…정규 가능성 UP↑
지난 5일 방송한 '1%의 우정'에 출연한 김종민, 설민석 <사진=KBS 2TV '1%의 우정' 캡처> |
① KBS 2TV '1%의 우정'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의 우정'은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달 30일부터 9일까지 시청률 2위를 차지했다. 5일 2부작으로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1부 4.7%(닐슨코리아, 전국기준), 2부 6.9%까지 오르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심지어 출연진 중 한 명인 설민석은 이날 실시간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은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친해지는 과정을 담았다. 배우 배정남과 축구선수 출신 방송인 안정환이 짝을 이뤘고, 가수 겸 방송인 김종민과 한국사 강사 설민석이 나와 서로 다른 매력을 뽐냈다. 상반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이들이 서로 어색해하며 대화를 하는 모습과 서서히 마음을 여는 과정을 억지스럽지 않게 연출했고, 시청자들은 빠져들었다. 기존 예능 프로그램과는 또 다른 신선한 포맷이 정규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이다.
8일 방송한 '김무명을 찾아라'에서 이상민, 정형돈, 딘딘, 정진운이 '김무명'을 찾는 장면 <사진=tvN '김무명을 찾아라' 캡처> |
② tvN '김무명을 찾아라'
신인가수를 발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무명가수를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은 있지만, 무명 배우를 발굴하는 방송은 없었다. '김무명을 찾아라'는 특정 장소와 사람들 속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치고 있는 무명배우를 찾는 콘셉트로 진행된다. '김무명'인 척 위장하는 진짜 평양민속예술단원들의 열연이 돋보였고, 무엇보다 시청자들도 함께 맞추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무명 배우가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은 프로그램. 시청률도 1.9%로 낮지 않아 정규 가능성이 제기될 만한 예능이다.
◆'어디서 많이 본 듯 식상해'…실패한 파일럿 예능
9일 방송한 '하룻밤만 재워줘'에서 마르따 가족을 만난 김종민, 이상민 <사진=KBS 2TV '하룻밤만 재워줘' 캡처> |
① KBS 2TV '하룻밤만 재워줘'
유일하게 시청률 10%를 넘은 프로그램이지만 민폐와 식상함으로 논란을 일으킨 '하룻밤만 재워줘'. 프로그램은 제목 그대로 방송인 이상민과 가수 김종민이 이탈리아 현지인들에게 '하룻밤' 숙박을 부탁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먼저 JTBC '한끼줍쇼'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해외에서 무작정 숙박을 부탁한다는 콘셉트 또한 민폐라는 비난을 받았다. 특히 제작진은 현실감을 위해 단 1%의 사전 섭외 없이 현지인의 집을 촬영했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비록 시청률은 기세등등했지만, 논란이 생긴 만큼 정규 가능성은 희박하다.
3일 방송한 '100인의 선택'에서 이수지, 유민상이 맛집 검증이 아닌 진행을 맡아 아쉬움을 자아냈다. <사진=KBS 2TV '100인의 선택' 캡처> |
②KBS 2TV '100인의 선택'
'먹방' 열기는 여전히 식지 않은 포맷이다. 그러나 그동안 흔히 보던 먹방이면 먹방, 맛집 평가면 맛집 평가만 해야 했다. 맛집 두 곳에 각각 50명의 맛 검증단이 동시에 출격해 냉정하게 맛평가를 하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 정작 맛에 일가견이 있고 먹방을 제일 잘하는 개그맨 유민상과 이수지는 진행만 맡아 아쉬움을 자아냈다. 두 사람은 검증단이 음식을 먹는 걸 중계하고 최종 평가 시간 때만 등장했다.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을 통해 먹방으로 활약하고 있는 유민상과 여러 방송에서 맛깔스러운 먹방을 선보인 바 있는 이수지가 아닌 일반인 검증단들의 먹방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시청률은 4.5%로 낮지는 않지만, 정규 편성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파일럿 프로그램은 일종의 견본품과 같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는 '테스트'를 거친 후 정규 편성 여부가 결정된다. 아무래도 정규 편성 기회가 있는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과 함께 기존 예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선함과 재미, 공감을 끌어내는 콘텐츠가 있는 프로그램일 것이다. 유달리 긴 추석 연휴 동안 시청자들을 즐겁게 한 파일럿 예능을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뉴스핌 Newspim]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