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청이 공격해오자 임금과 조정은 적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숨어든다. 추위와 굶주림, 절대적인 군사적 열세 속 청군에 완전히 포위된 상황. 대신들의 의견 또한 첨예하게 맞선다. 영화 ‘남한산성’은 청의 대군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인조와 신하, 백성들이 고립무원 속에서 보낸 47일간의 역사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지금까지 100만 부 이상 팔린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토대로 만들었다.
영화는 그간의 역사 소재 작품들 중 가장 역사대로, 소설대로 흘러간다. 김상헌(김윤석)의 마지막을 제외하고는 원작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중점을 둔 부분 역시 최명길(이병헌)과 김상헌의 설전. 황동혁 감독은 죽음으로써 대의를 지키자는 척화파 김상헌과 치욕을 감수해 후일을 도모하자는 주화파 최명길을 선명하게 대비, 원작의 의도를 살렸다. 오가는 대사 역시 소설 속 문장으로 최대한 채웠다.
그럼에도 원작보다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를 찾자면 역시나 시의다. 영화는 제법 많은 부분에서 현실과 맞닿아 있다. 대립하는 두 이념의 뿌리는 결국 충성과 애민 정신에 있고 그 중심에는 삶과 죽음이 있다. 영화는 김상헌과 최명길이 추구하고자 한 실익, 이들이 대립한 ‘진짜’ 이유를 생각하게 한다. 동시에 전쟁으로 죽어가는 백성을 비추고, 무능한 임금과 책임 전가에 급급한 이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명과 청 사이에서 오갈 데 없는 조선의 상황 역시 지금의 한국과 중첩된다.
이병헌과 김윤석은 ‘남한산성’의 가장 큰 무기다. 두 배우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 오직 연기만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문어체 대사만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하고, 눈빛만으로 감정의 진폭을 표현한다. 이외에도 인조 박해일을 비롯해 고수, 박희순, 조우진 등 충무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극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150억 대작답게 보고 들을 거리도 화려하다. 황 감독은 보다 실감 나는 영상을 위해 추운 겨울 야외 공간과 오픈 세트 촬영을 감행했다. 눈 덮인 성벽과 산은 물론, 바람과 입김까지 그대로 담아 혹한의 남한산성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음악은 ‘마지막 황제’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 감독의 힘을 빌렸다. 한국 전통 음악과 현대 서양 교향악을 결합한 웅장하고 섬세한 선율은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분명한 역할을 한다.
물론 약점도 존재한다. 우선 11장으로 나눈 구성 방식으로 흐름이 끊긴다. 게다가 지나치게 정적이다. 전투 장면이나 인조의 3배 9고두(삼전도의 굴욕) 장면조차 덤덤하게 그려진다. 분위기를 환기하는 캐릭터나 상황도 없다. 물론 이 지점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으나 자극적인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호응을 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통 사극에 흥미가 없다면, 다소 지루할 수밖에 없다. 15세 이상 관람가. 10월3일 개봉.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