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4년 성년후견제 빛 그리고 그림자
조력 절실한 저소득층·노인 ‘사각지대’
법정후견인 신청 및 선임에 ‘비용’ 필수
전문가 “국선 공공 후견인 도입 필요해”
[뉴스핌=황유미 기자] # 5년 전부터 치매를 앓는 A씨는 간병인과 함께 가끔 산책한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A씨가 보이지 않았다. 수상하게 생각한 한 주민이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결과 A씨는 요양원에, 같이 살던 정신지체장애 아들 B는 정신병원에 있었다. A씨의 딸이 어머니와 오빠를 요양원과 정신병원에 보내버린 것이다. 딸은 가족 재산을 전부 처분해 써버렸다.
이들에게 법정 후견인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돈이 없어 비용이 만만치 않은 후견인을 쉽게 구할 수 없었다. 게다가 A씨는 발달장애인이 아닌 치매환자이기 때문에 공공후견제 혜택도 받을 수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
저소득층·치매·독거노인들이 공공후견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후견제도를 확대하고 국선후견인제도 등을 서둘러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등 법정후견인을 선임하려면 돈이 든다. 법원에 후견인을 지정해달라고 신청할 때 뿐 아니라, 후견인에게 매달 일정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
보통 돈 많은 '부자'(富者)들한테 후견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이 드는 게 무슨 문제냐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돌봐줄 가족이 없는 장애인이나 치매노인 등 소외된 계층일수록 법률문제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후견인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거주지, 중대한 의료행위 등 신상에 대한 결정에 대해서도 법적 도움이 필요하다.
이에 2013년 7월 정부가 후견비용을 지불해주는 공공후견지원사업을 시작했다. 문제는 공공후견 지원사업이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독거노인이나 그밖에 후견인이 필요한 정신장애인 및 치매노인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행히 치매노인의 경우 지난 9월 정부가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공후견제도가 도입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일부 열렸다.
그러나 치매 독거노인이 10만명으로 추산되고 향후 치매환자 수의 급격한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공공후견제도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가 부족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독거노인 등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소외계층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인 점도 문제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국선변호인과 같은 국선후견인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한울정신건강복지재단 이사 송인규 변호사는 "대부분 저소득 치매 노인은 후견인 신청조차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사람이 사는 데 꼭 필요한 것이 법률적 지식인데, 이런 법률 서비스를 국가가 지원하는 측면에서라도 수급권자를 늘려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선변호사처럼 예산을 확보해 국선공공후견인 제도 등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