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수정 기자] "생텍쥐페리가 '어린왕자'를 통해 끊임없이 경계하는 것이 바로 어른들의 시각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역자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는 것이었는데, 우리 역자들이, 바로 그 어른의 시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이 우리 번역의 '비극'이었던 셈이다."
번역가 이정서가 프랑스 소설가 겸 비행사 생텍쥐페리(1900~1944)의 명작 소설 '어린 왕자'의 번역 오류를 지적한다. 50년 이상 수없는 판본과 개정판이 나오면서 별 문제 없이 읽혀온 '어린 왕자'에도 숱한 오류가 남아있다는 것. 이에 그는 세계 최초로 '어린 왕자' 불·영·한 번역 비교에 나섰다.
이정서는 '어린 왕자'의 대표적인 한국어 번역본 외에 최초의 영어 판본인 미국의 캐서린 우즈 번역본을 함께 분석했다. 이로써 견고하고도 시적인 '어린왕자'의 세계가 번역으로 인해 어떻게 굴절되고 왜곡되었는지를 상세히 밝힌다.
예를 들어, 불어에서 '너(낮춤말)'와 '당신(높임말)'에 해당하는 'tu'와 'vous'를 뉘앙스 그대로 살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왕자는 '아이'니까 존대를 하고 상대는 '어른'이니까 하대를 했을 거라는 상식에 기댄 번역으로 존칭, 비존칭의 차별을 의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편, 번역가 이정서는 2014년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2017년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재번역하면서 기존 번역의 오역을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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