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도시를 떠나 장산으로 이사 온 희연(염정아). 그는 집 근처 숲에서 겁에 질린 채 숨어있는 여자애(신린아)를 만난다. 희연은 소녀를 집으로 데려오지만, 남편은 딸 준희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소녀를 수상하게 여긴다. 아니나 다를까 소녀가 찾아온 뒤 희연의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 실종되기 시작한다.
영화 ‘장산범’은 지난 2013년 ‘숨바꼭질’로 560만 관객을 모은 허정 감독의 두 번째 작품. 부산 해운대구 장산 중심에서 목격됐다는 장산범 괴담에서 출발했다. 이 외에도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소설 ‘검은 고양이’, 전래동화 ‘해님 달님’, 그리고 아빠 괴담 등이 이야기의 또 다른 뿌리가 됐다.
모티브가 된 작품들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의 키워드는 소리다. 포커스 역시 장산범이 ‘사람의 목소리를 따라 한다’는 것에 맞춰졌다. 낯선 이에게서 나는 익숙한 목소리. 영화는 진짜와 가짜를 끊임없이 뒤섞으며 관객의 불안을 키운다. 시각적 연출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후반부 장산범의 실체가 공개, 소리와 맞물리면서 공포감은 배가 된다.
허정 감독의 전작과 달리 사회적 메시지는 없다. 허 감독은 신내림 등 초자연적인 설정을 영화 전반에 깔아 판타지 측면을 강화했다. 당연히 극중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과학적 근거 혹은 논리적 설명은 따라오지 않는다. 즉, 정확한 퍼즐 맞추기식 관람을 원한다면 재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사건 자체가 아닌 인물의 심리를 따라가는 것이다.
배우들의 열연은 인상 깊다. 염정아, 박혁권, 신린아, 허진, 이준혁 등 모두가 제 자리에서 역할을 다했다. 특히 염정아는 급변하는 희연의 내면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그로 하여금 간혹 눈에 띄는 영화적 빈틈도 매끄럽게 채워진다. 연민과 공포를 오가며 관객의 정서를 압박하는 아역 신린아의 연기도 ‘장산범’의 강점이다. 17일 개봉. 15세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