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오너 경영 마침표..전문 경영인 체제 열어
역전의 용사ㆍ발빠른 둥지 이동 주목
[뉴스핌=전지현 기자] 1984년 창립이래 최악의 경영 위기에 내몰린 천호식품이 구원투수로 이승우 전 아워홈 대표를 선임해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승우 천호식품 신임대표(사진 좌측), 김영식 천호식품 창업주(사진 우측). <사진=천호식품> |
31일 관련업계와 천호식품에 따르면 이 전 아워홈 대표는 천호식품 신임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이 대표는 아워홈에서의 임기가 1년 남았지만, 실타래처럼 꼬인 경영위기 구원투수로 천호식품에 합류하게 됐다.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과 공동대표 체제를 꾸린지 1년만의 일이다.
이 대표는 33년간 오너경영을 이어온 천호식품의 첫 전문경영인이다.
업계에서는 이 대표가 해외 시장 진출과 새로운 가정편의식 시장의 확장을 주도하며 아워홈의 성장을 이끌었던 경험에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10년 9월 기획실 상무직에서 승진한 뒤 5년간 아워홈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지켜온 인물이다.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LG화학 기능재 사업부장 및 하우징 솔루션 사업부장을 거쳐 지난해 LG하우시스 장식재 사업부장을 역임한 기획 및 영업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천호식품 내부에서도 기대감이 크다. 천호식품은 이 대표가 경영 정상화를 위해 경영능력이 검증된 전문경영인으로서 천호식품의 제 2의 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천호식품 측은 "앞으로 이승우 신임 대표를 중심으로 국내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며 "조직 및 제품 재정비를 통해 채널의 다각화, 다양한 수요층을 고려한 베스트셀러 아이템, 품질기준 향상으로 국내 건강식품 업계 1위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이승우 대표, 첫 미션은 천호식품 '소비자 신뢰 회복'
실제 천호식품은 현재 최악의 경영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천호식품은 지난해 연결기준 1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015년 9억원의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본업인 건강 보조식품제조 부문에서 28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난해 말 창업주 김영식 회장은 블로그에 촛불집회 비난 글을 올려 구설수에 휘말렸고, 올초에는 '가짜 홍삼' 파문으로 소비자 신뢰까지 잃어버린 상황이다.
이 영향 때문인지 카무르파트너스는 그간 오너 일가에게 맡겨 왔던 경영권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꾸며 즉각적인 조치에 나선 모습이다. 카무르파트너스는 천호식품 지분 49.5%를 보유한 핵심 투자자로 지난 2015년 약 580억원 투자로 인연을 맺어왔다.
카무르파트너스는 지난달 28일 주주총회를 통해 2015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온 창업주 아들 김지안 대표 대신 카무르파트너스 부사장으로 있는 박창환 이사를 임시 대표로 선임했다. 이날은 천호식품이 통상 4월말에서 5월 중순에 실시했던 실적을 늦깍이로 공개한 날이기도 했다.
그간 경영권 일체를 김 전 회장 부자에게 맡겨왔던 카무르파트너스는 일련의 사태로 소비자 신뢰가 추락하자 33년간 유지하던 창업주 일가 오너 경영을 종식시킨 셈이다. 결과적으로 천호식품은 한달만에 이승우 대표가 취임하면서 새 대표를 2차례나 바꾸게 됐다.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가 경영에 합류할 때마다 자리 이동을 번복하는 이 대표의 임기에 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신임 대표는 아워홈 대표로 재직할 당시 임기 2년을 남겨두고 돌연 사임한 바 있다. 이후 6개월만에 대표로 복귀한 그는 다시 1년만에 임기(3년)를 못채우고 천호식품으로 자리를 옮겼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대표는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 경영 안정화를 위해 직접 인사조치를 할 정도로 성과로 인정받은 인물"이라며 "그가 아워홈이 국내·외 등 시장을 개척하고 가정편의식(HMR)개념과 시장을 확장시킨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던 점을 토대로 천호식품 구원투수로 선택된 것 같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