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식품과 물 등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는 가운데 길거리에는 정부 군대가 배치돼 긴장감이 더높아지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의 장기 집권을 향한 개헌 추진을 위해 실시되는 총선이 일요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출처: 블룸버그통신,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 |
26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등은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마두로 정부에 항의하는 총파업과 시위가 진행되는 가운데 예정된 가운데 마두로 대통령은 한발도 물러날 기세가 아니라고 보도했다.
마두로 정부는 베네수엘라를 지난 60년의 민주정치 전통을 허물고 국민경제와 사회가 붕괴할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양상이다.
앞서 지난 20일 유엔 주재 베네수엘라 고위 외교관은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의 시위자 진압에 항의해 사임했다. 이사이아스 메디나 베네수엘라 공사참사관이 동영상을 통해 유엔에서 자신이 인권침해를 일삼는 베네수엘라 정부를 더 이상 대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같은날 마두로 정부에 항의하는 전국적인 시위가 전개된 가운데 2명이 사망하고 수명이 부상했다. 지금까지 수주간 이어진 시위로 사망한 사람은 99명으로 늘었다.
일요일 실시되는 총선에서 학생, 연금수령자, 노동자 등 분야별 대표 173명을 포함해 545명의 국회의원이 뽑힌다.
문제는 이중 364명의 지역 대표는 마두로의 사회주의 정부에 집중적으로 편향될 것으로 관측되는 점. 선거권 인원수와는 상관없이 정해진 지역구에서는 1명의 의원만 선출되기 때문이다.
카라카스 캐피탈의 상무 루쓰 달란은 "등록 투표자수가 82만6000명인 시골 타키라지역은 31개의 선거구가 있는 반면 교육수준이 높은 줄리아 지역은 투표자수가 그 3배이지만 선거구는 23개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특히 반대정당에서 총선 거부를 하고 있어, 출마자의 대부분은 마두로 대통령의 지지자이다.
이런 가운데 베네수엘라는 긴장감이 더 고조되고 있다. 마두로 정부에 반대하는 연합세력은 향후 48시간 연대투쟁이 마두로가 총선을 포기토록하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도로를 가로막는 시위대에 참가한 36세 교육자인 자넷 산타나는 "이제 시작이다"라며 "시위에도 불구하고 의회 구성을 계속 추진한다면, 진짜 투쟁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두로 정부는 지난 1999년의 휴고 차베스를 닮아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당시 차베스는 수백만명의 지지자를 등에 업고 개헌을 했지만 지금 마두로는 지지자가 거의 없다는 차이는 있다.
컨설팅회사 컨트롤리스크의 애널리스트 라울 갈레고스는 "국민들이 마두로를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금 우리는 마두로 정부의 본색이 드러나는 현장에 있다"고 말했다. 마두로 정권이 권력을 놔버릴 이유도 없고 그럴 유인 또한 전혀 없다는 것이다.
카르카스 동부지역의 일부 주요 도로는 바리케이드로 막혀있어 차량 통행이 거의 없고, 단지 몇몇 소형 상점과 수퍼마켓만이 문을 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을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군인들이 배치되는 등 긴장이 고조되면서 베네수엘라 주민들은 음식과 물 등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