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부자증세 공식화...본격 추진 방침
야당 "세금폭탄 기업과 특정계층에 부담 가중시켜선 안돼"
[뉴스핌=김신정 기자] 지난 주말 가까스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통과된데 이어 이번에는 여야간 부자증세 논란에 불이 붙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주 금요일 문재인 대통령이 '부자증세'를 공식화한 이후 24일 당정협의를 열고 세제개편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은 부자증세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는 조세정의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저는 과세표준 2000억원이 넘는 초대기업의 법인세율을 3%포인트 올리는 한편, 5억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2%포인트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5억 이상 버는 초고소득자는 전체 국민의 0.08%에 불과하다"며 "자유한국당이 근로소득세와 담뱃세 인상으로 중산층과 서민에게 세금부담을 떠넘겼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참으로 후안무치한 주장이 아닐 수가 없다"고 한국당을 향해 맹비난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에 한국당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정 대상을 겨냥한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은 '표적 증세'라는 이유에서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가 곧바로 증세 논의를 시도하고 있다"며 "가공할 세금폭탄 정책이 이제는 초고소득자에 한정되지만 어디까지 연장될지 아무도 모른다"며 지적했다.
이어 "정기국회에서도 혈세 쏟아서 만드는 공무원 늘리는 시도를 없애고, 세금 폭탄이 기업 부담 가중시키지 않도록 무대책 포퓰리즘 정책에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도 "법인세율 인상은 우리 대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 일자리가 유출될 뿐만아니라 대기업들의 국제경쟁력도 떨어져 성장 엔진이 멈추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한국당에 비해 다소 유연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증세는 국민 동의가 선행돼야 하고, 정책의 최후 수단이 돼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제1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정우택 원내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높으면 국민은 세금도 더 내야 하느냐"며 "정부는 반드시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에 투자해라. 고용을 증대시켜라.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며 세금까지 더 내라고 하는 것은 기업을 위축시키고 경제를 악순환시켜 외려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까 매우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잇달아 갖고 증세와 관련된 입장을 분명히 하기로 했다.
바른정당은 정부와 여당에 부자증세 재원조달 구상 계획부터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이날 "재원의 10분의 1도 충족되지 않는 정도의 재원조달을 위한 구상에 대해 전면적인 세제개편안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그런 뒤 세제개편 논의에 참여할 것이란 입장이다.
그동안 바른정당은 '중부담·중복지'를 주장하며 증세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이 때문에 증세 반대가 심한 한국당과는 거리가 있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정부 여당이 제기한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 증세는 충분히 논의해 볼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복지 수요는 어느 일방의 희생만으로 적당히 봉합하고 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여당은 증세 관련 법안을 내년 지방선거 이전까지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은 추경 통과와 달리 증세만큼은 시시비비를 철저히 따질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올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여야간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