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급속히 확대…창구 업무 90% 소화
[뉴스핌=강필성 기자] “창구 텔러가 줄어드는 추세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창구 텔러란 은행에서 입출금 등 단순 업무를 하는 직원을 일컫습니다. 최 위원장의 말은 현재 은행의 상황을 고스란히 압축하고 있습니다.
은행 지점을 찾아가 거래하는 사람보다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은행 업무를 보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아졌습니다. 소위 '비대면거래'가 대부분입니다. 여기에 은행 지점을 가도 번호표 뽑고 은행원을 만나기 보다 키오스크(KIOSK.무인정보단말기)라는 기계를 이용하는 게 쉽습니다. 키오스크가 사람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은행원들 사이에선 "퇴근후 키오스크와 소주 한 잔 해야겠다"는 농담이 나오기도 합니다.
'위비 스마트 키오스크'에 지문으로 본인인증을 하는 모습. <사진=김지유 기자> |
키오스크는 입출금 업무는 물론이고 청약통장가입, 본인확인, 카드·통장발급, 대출 등 창구에서 사람이 하는 업무의 90% 이상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키오스크만 놓인 무인점포까지 생길 정도입니다.
키오스크가 처음부터 이렇게 똑똑하지는 않았습니다. 신한은행이 지난 2015년 최초로 키오스크를 영업점에 도입할 때만 하더라도 키오스크는 현금인출기(ATM) 보다 약간 나은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올해 확산되는 키오스크는 다릅니다.
게다가 가격도 하락했습니다. 은행의 ATM 단가는 한 때 3000만원을 호가했지만 이제는 1500만원 이하로 떨어졌고, 키오스크 역시 약 4500만원 수준으로 내렸습니다.
<사진=셔터스톡> |
키오스크의 가격이 창구 텔러의 초봉보다 50%가량 비싸지만 키오스크는 한번 설치하면 지속적으로 운영이 가능합니다. 텔러의 임금은 해가 지날수록 상승하는데 반해 키오스크는 감가상각만 하면 되죠. 결국 은행이 경제성만을 생각한다면 사람을 줄이고 키오스크를 늘리는 게 맞는 겁니다.
이런 사정을 반영하듯 은행은 올들어 폭발적으로 키오스크를 늘리고 있습니다.
이는 은행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주요 멀티플랙스 영화관은 이미 사람이 아니라 키오스크가 티켓를 발권합니다. 셀프주유소나 맥도날드의 무인주문 시스템, 톨게이트의 하이패스 시스템 등도 마찬가집니다. 사람의 일자리를 기계가 대체하는 중입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겁니다. 내년 최저임금이 16.4% 인상된 것도 이런 변화를 부채질합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된다면 비대면과 자동화는 우리 사회의 주요 키워드가 되겠죠.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기술의 발달로 저렴해지는 기계의 생산원가와 상승하는 임금이 역전되는 순간이 바로 사람이 일자리를 빼앗기는 시점이 되는 거죠.
어쩌면 은행의 창구에서 반갑게 인사하며 맞이해주는 미소를 볼 날이 얼마 안남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