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찬성으로 삼성·투자자 '윈윈'
[뉴스핌=최유리 기자]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학 교수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은 국익을 고려한 합리적 판단이었다고 진단했다. 반재벌 정서로 합병 이슈를 바라볼 것이라 아니라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신장섭 싱가폴 국립대 교수 <사진=뉴시스> |
신 교수는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전·현직 삼성 임원 5인에 대한 40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삼성물산 합병 찬성에 대한 전문가 견해를 밝혔다.
신 교수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은 수익률과 국익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식 모두를 보유한 기관투자자로서 종합적인 투자수익률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는 "합병을 반대할 경우 삼성물산 주가 향방에 대해선 논란이 있었지만 제일모직 주가는 폭락할 것이라는 게 일반론이었다"며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수익률을 판단하고 여기에 국익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이나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도 모두 이득을 보는 '윈윈 게임'이었다고 신 교수는 강조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을 발표한 이후에도 주식이 15% 가량 오르는 등 주가 상승으로 이득을 봤다는 설명이다. 이는 합병이 국민연금과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실을 끼쳤다는 특검의 주장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반면 합병에 반대했던 헤지펀드 엘리엇에 대해선 '알박기 펀드'였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손해를 보기 때문이 아니라 원하는 만큼의 고수익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해 반대를 한 것"이라며 "개발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권을 노려 땅을 내주지 않는 건설 현장 알박기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합병 의견과 주식 매매 형태가 어긋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2015년 6월 11일부터 합병일인 7월 17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삼성물산 지분율에는 변화가 거의 없었다. 합병에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팔지 않은 것은 합병으로 이익을 기대한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특검의 논리를 대입하면 합병에 반대했으니까 삼성물산 합병 주식을 팔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합리적인 기준으로 주식 매매를 결정하고 국내 투자자는 로비를 비롯한 정치적인 이유로 비합리적 결정을 한다는 전제는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 합병은 반재벌 정서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이성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최순실 사태 이후 더 (반재벌) 정서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합병 비율의 공정성 논란에 대해서도 엘리엇이 반대 논리를 펴기 위해 만든 프레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는 것은 주가를 조작했다는 얘기인데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이 감시하고 있는 대규모 기업 주식을 마음대로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은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합병으로 인한 이익을 예상하고 주식매매 행태를 결정한 것"이라며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을 추진했다거나 합병 비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했다는 특검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