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갤러리아 제주공항 철수.."매출보다 임대료가 더 커"
작년 인천공항 1터미널 임대료 8680억..매출의 40%
"연 9000억 임대료 한시적으로라도 내려달라" 호소
[뉴스핌=이에라 기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면세점이 울고 있다. 중국의 사드(한미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사라지면서 적자폭이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매출의 40% 가량을 임대료로 내는 공항 면세점들의 한숨이 깊다. 한시적으로라도 임대료를 인하해 달라는 요구다.
5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의 임대료는 전체 총매출 2조1860억원의 40%인 868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과 2015년에도 각각 6300억원, 6140억원의 임대료로 총 매출액의 각각 33%, 38%를 차지했다.
국토교통위 소속 민홍철 의원(더불어민주당)의 국정감사 질의서에 따르면 2015년 9월~2016년 8월 1년간 인천공항공사 1터미널의 롯데면세점의 월별 임대료는 341억원이었다. 월별 매출액 915억원 중 37.40%를 임대료로 낸 셈이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도 각각 36.00%, 34.30%를 넘었다.
최근 제주공항에서는 한화 갤러리아가 면세 사업을 포기하기도 했다. 제주 갤러리아면세점의 월 매출은 17억~19억이지만, 공항에 내야 하는 임대료가 21억원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최악의 상황인 셈이다.
공항 면세점은 높은 임대료로 큰 수익을 내는 것이 쉽지 않지만, 상징성 측면에서 사업권을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세계 3위로 인지도가 높은 인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한다면 해외에서도 브랜드를 알리고, 해외면세점 진출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공항 면세점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중국인 관광객이 사라졌고 대기업 면세점들도 매출이 많게는 80%까지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오픈을 앞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는 DF3(명품잡화) 구역 입찰이 최초 입창공고 이후 6차례나 유찰되기도 했다. 공항공사 측이 임대료를 총 30% 낮춘 끝에야 신세계면세점이 입찰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면세점 한 관계자는 "수익성보다는 상징적인 면이 큰 공항 면세점과 달리 시내 면세점에서 수익을 내며 사업을 해왔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사드 이슈로 시내면세점까지 적자 우려가 생기면서 이제 더 이상 안되겠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지금처럼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매출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임대료 정책을 계속 가져가면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업체는 적자가 나는데 높은 임대료를 고수하지 말고 현실화됐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업계에서는 면세점협회를 통해 인천공항과 한국공항공사에 면세업계 임대료 감면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국공항공사 측은 형평성 차원에서 임대료 인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공식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 2015년 메르스 사태 발생시 인천공항공사는 각각 임대료 인하와 항공사 착륙료를 면제하기도 했다.
면세점 협회 측은 "이번 중국 정부의 관광제재를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사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면세산업의 어려움을 감안하여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의 한시적인 임대료 감면에 적극 응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천공항 측은 아직 적극적으로 임대료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 사드 이슈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중장기적으로 진행될지 여부도 좀 더 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과거 인천공항공사가 임대료 인하 이후 국세청으로부터 추징을 당한 경험이 있어 조심스러운 것 아니겠냐고 추측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업체들에게 임대료 10%(2009년 3월~12월)를 감면했다.
인천공항공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면세점이 어렵다고 해 2009년 3월부터 12월까지 면세점을 포함한 500개 업체에 대한 임대료를 감면해 줬다가 국세청으로부터 추징을 당한 일이 있었다. 임의로 임대료를 줄여 법인세를 적게 내려고 했다는게 국세청의 판단이었다. 인천공사는 현재 불복 소송 중이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