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철강업계 "오해"…미국차 한국 수출 37% 증가
[뉴스핌=정탁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언급하면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 무역의 대표 사례'로 꼽은 자동차와 철강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긴장속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향후 재협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체결 이후 한국 자동차의 미국 수출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또 철강업종의 경우 한국 업체가 덤핑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을 불공정 거래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완성차업계는 미국 정부의 '오해'라는 입장이다.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의 미국산 자동차 수입은 계속 늘었던 반면, 지난해 한국차의 미국 수출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점을 꼽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 154억 9000만달러로 미국의 한국차 수입액(16억8000만달러)의 9배에 달한다. 하지만 5년간 한국차의 대미 수출은 연평균 12.4% 늘었고, 미국차의 한국 수출은 연평균 37.1% 증가했다.
특히 관세가 완전 철폐됐던 지난해 한국차의 미국 수출은 오히려 전년 대비 10.5% 감소했다. 반면 미국차 수입은 지난 5년간 2012년 88%, 2013년 16%, 2014년 17%, 2015년 30%, 2016년 37% 등으로 매년 크게 성장했다.
수출용 현대차 선적 모습 <사진=현대차> |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이 문제삼고 있는 비관세 장벽도 일부 오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연비규제는 한국이 유럽, 일본보다 강하지 않고 수리 이력 고지도 미국 30여개주에 비슷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정된다고 해도 미국차 수입에 크게 변화가 생길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철강업계 역시 이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납득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철강은 자동차와 달리 한국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수출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미 트럼프 정부는 한국의 철강업체가 생산하는 열연, 냉연, 후판 등 주요 철강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선재까지 반덤핑 조사 대상에 포함시킨 상태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철강업체들은 한미 FTA 재협상과 무관하게 그동안 미국 정부로부터 끊임없이 규제를 받아왔다"며 "트럼프 정부의 과도한 보호무역주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자동차, 철강업계가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에 초긴장 상태인 반면 국내 IT, 전자, 반도체 업계는 특별한 영향이 없다. 한국은 1997년부터 WTO(세계무역기구) ITA(정보기술협정)에 따라 반도체·휴대폰·컴퓨터 관련부품 등에는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패널의 경우 무관세인 휴대폰용 패널과 달리 TV용 패널은 관세가 부과되지만, 애플 등 글로벌 고객사의 중국·동남아시아 현지공장에 직접 수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한·미 FTA의 적용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가전제품 역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수출기업 상당수가 미국이나 멕시코 등 현지공장에서 생산 중이어서 한·미 FTA 재협상에 따른 직접적인 득실이 없는 상황이다. 내수시장에서도 국산 가전이 미국 기업들을 압도하고 있어 미국 기업들의 내수시장 진출에 따른 영향이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