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가전공장 설립 잇따라 확정....총 7200억 규모
[ 뉴스핌=황세준 기자 ] 삼성전자의 미국 현지공장 투자 결정으로 한국 세탁기 업체들이 앙숙인 월풀과 남북전쟁을 벌이게 됐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현지 공장 부지는 각각 테네시주(몽고메리카운티)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클락스빌)로 미국 남동부에 몰려 있는 반면 월풀 공장은 미국 북동부인 오하이오주(클라이드 등)에 위치하고 있다.
구글맵에 나타난 자동차 이동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 현지공장은 7시간여 거리지만, 삼성전자와 월풀 공장은 약 2배인 13시간 이상을 달려가야 한다.
양사의 미국 현지 투자규모는 총 7200억원에 달한다. LG전자가 지난 3월 2859억원 규모의 투자를 먼저 확정한 데 이어 삼성전자가 이날 4343억원 규모 공장 건설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가전공장 부지 전경 <사진=삼성전자> |
이같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배경에는 월풀의 지속적인 괴롭힘이 있다. 지난 2011년 월풀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해 덤핑 의혹을 제기했다. 2012년과 2015년에도 덤핑혐의 제소를 이어갔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술력을 앞세워 자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자 반덤핑 제소라는 카드로 딴지걸기에 나선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티븐슨 컴퍼니(Stevenson Company) 집계 결과 LG전자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900달러가 넘는 프리미엄 드럼세탁기 시장에서 10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최고급 세탁기인 트윈워시를 앞세운 지난해의 매출액 기준 점유율은 28.9%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트랙라인(Traqline) 조사 결과 지난해 미국 가전 시장에서 점유율 17.3%로 1위에 올랐다.
결국 미국 상무부는 올해 1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에서 생산한 세탁기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키로 최종 결정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시장에서 모든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혁신적인 제품으로 소비자를 만족시켜 왔다며 DOC에 소명을 통해 '혐의 없음'을 적극 입증했지만 소용 없었다.
당시 제프 페티그 월풀 회장은 “미국 제조업체, 특히 오하이오주 클라이드에 있는 우리 공장 직원 3000여 명의 만족스러운 승리”라고 말하기도.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운 보호무역주의는 월풀의 딴지걸기에 더 힘을 실었다. 월풀은 또다시 지난 5월 삼성, LG가 덤핑 판매를 했다고 주장하며 세이프가드 청원서를 ITC에 제출했다. 세이프가드는 수입 자체를 막는 조치다.
(앞줄 왼쪽부터)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 빌 해슬램 테네시 주지사, (뒷줄 왼쪽부터) 커티스 존슨 테네시주 하원의원,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킴 맥밀란 클락스빌 시장, 조주완 LG전자 북미지역대표 겸 미국법인장. <사진=LG전자> |
한국 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현지 공장이라는 카드를 검토해 왔고 결국 이번에 결단을 내렸다.
LG전자는 2010년부터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현지 공장 부지를 물색했다. 그결과. 2014년 물류 인프라, 현지 부품 수급, 인건비 등을 고려해 8개 주를 후보지로 선정했다.
이어 인력 확보, 기반 시설, 원가경쟁력, 세제혜택을 비롯한 주정부의 각종 인센티브 등을 검토해 테네시주 클락스빌로 최종 결정했다.
미국 세탁기 신공장은 대지면적 125만제곱미터(㎡)에 건물 연면적 7만7000제곱미터 규모다. LG전자는 2019년 상반기부터 테네시주 신공장에서 미국 판매용 트럼세탁기, 통돌이세탁기 등을 생산한다. 연간 생산능력은 100만대 이상이다.
회사측은 "신공장 건설을 통해 물류 비용과 운송 시간을 줄이고 관세가 없어져 투자비, 인건비 상승 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수준의 원가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도 3년 전부터 현지 생산 공장 설립을 검토했다. 후보지들을 대상으로 사업성을 비롯한 다양한 평가를 진행해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협상을 진행, 뉴베리카운티를 낙점했다.
미국 현지공장에서는 내년 초부터 세탁기 생산라인을 가동해 미국 현지 소비자의 수요와 선호도에 맞춰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해 인수한 프리미엄 가전업체 데이코와의 시너지도 모색한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