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펀더멘털 강세.. 달러·파운드 정치 악재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상품통화 일제히 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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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지난 5월 글로벌 외환 시장에서는 미 달러화의 약세와 유로화 강세 흐름을 지속했다. 최근 미국의 경기 지표가 밋밋한 반면 유로존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규제 완화와 감세 등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도 크게 후퇴한 영향이다.
미국의 통화정책이 여전히 정상화 경로에 있지만, 연방준비제도(Fed)의 계획대로 매우 점진적 금리 인상은 미 달러화를 띄우는 재료가 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영국에서도 정치 이슈가 파운드화를 움직이고 있다. 이번 달 조기 총선을 치르는 영국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지며 파운드화 약세를 이끌었다. 총선이 치러지는 8일(현지시간)까지는 파운드화의 변동성은 지속할 전망이다.
◆ 유로존 경기 ‘UP’-트럼프 기대 ‘DOWN’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유로화는 강해지면서 금융시장에서 유로-달러 등가 기대는 사라진지 오래다. 지난 1월 3일 유로화는 13년간 최저치인 1.03달러로 떨어졌지만, 유로존 경제가 기대 이상의 회복세를 보이면서 1.12달러대까지 올라왔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지수)는 5월에도 1.9% 넘게 하락했다.
미국에서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하고 있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이미 예견된 올해 3차례의 금리 정상화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리플레이션 트레이드의 소멸에 주목했고 이것은 달러화를 약하게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코미 전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고와 실세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까지 러시아 연루 의혹이 파고들면서 정치적 입지가 약화하며 국정 추진력도 위기를 맞았다.
미 달러화<사진=블룸버그> |
다만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여전히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미약하다며 성급한 통화정책 변경 전망을 경계하고 있다. 드라기 총재의 진단처럼 5월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1.4% 오르는데 그쳐 4월 1.9%보다 상승 폭을 줄였다. 결국, 시장에서는 미 달러화가 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크게 강해지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야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구이 페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 전문매체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유로-달러 등가 전망은 죽었다”면서 “지난 몇 달간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미약했고 유로존에서는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이 강해 차이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코먼웰스 FX의 오메르 에시너 수석 애널리스트는 “달러는 트럼프 정부의 대담한 재정 부양 패키지에 대한 기대를 지운 워싱턴의 기능 장애로 압박을 받았다”고 진단했다.
당장 이달 연준이 올해 2번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고 올해 하반기로 예상되는 대차대조표 축소 계획도 언급할 것으로 보이지만 달러화는 좀처럼 강해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CME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 참가자들은 6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86.5%로 반영 중이다.
◆ 영국 조기 총선에 파운드 변동성 확대
영국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파운드화 변동성이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총선에서 높은 득표율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에 파운드/달러 환율이 1.30달러를 웃돌기도 했지만, 월말에는 과반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파운드화를 압박했다. 여론조사기관 유거브(YouGov)에 따르면 보수당은 내달 8일 총선에서 20석을 잃을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노동당은 28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영국 파운드화는 한 달간 0.7%가량 절상됐지만 1.30달러 선 밑에서 거래됐다. 포렉스닷컴의 파와드 라자크자다 시장 애널리스트는 "파운드화는 선거 때까지 매우 변동성이 심할 것이며 뉴스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새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메이 총리의 패배를 보여준다면 파운드화는 다시 한번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파운드 <사진=블룸버그> |
ETX캐피털의 닐 윌슨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는 “다수당이 없는 의회는 메이 총리에게 악몽”이라면서 “그것은 엄청난 개인적 실패로 여겨질 것이며 영국에 최악의 순간에 국내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헤알화도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5월 중 약세를 보여 달러화 대비 2% 가까이 가치가 떨어졌다. 브라질에서는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취임한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도 뇌물 스캔들에 휩싸이면서 탄핵 여론이 들끓었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관련 통화들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아르헨티나 페소는 한 달간 5% 넘게 하락했으며 호주 달러 역시 0.6%가량 떨어졌다.
5월 중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9개월 감산 연장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증산과 감산이 원유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하면서 배럴당 50달러 선 밑에서 거래됐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