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양진영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28년차를 맞은 보컬리스트 이은미가 고난을 딛고 끝내 날개를 펼치는 새, 알바트로스를 노래한다. 고난의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들과 만나 쌓아 올린 모든 것을 담아, 이제는 새 희망을 얘기한다.
이은미는 최근 서울 중구 정동 달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곡 '알바트로스' 발매를 알렸다. 오랜만에 들고 온 신곡인 만큼 자연스러운 설렘이 표정과 말투에서 느껴졌다. 특별히 지난 겨울부터 아픈 시간을 보내온 모두에게 희망이 될 만한 새로운 메시지도 담았다.
"좋은 봄날 좋은 음악 갖고 만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알바트로스라는 노래는 남들이 보기에는 못생겼다고 말할 수 있는 커다란 날개를 가진 새의 얘기예요. 누구나 살면서 본인이 갖고 있는 스스로의 단점이나 악평 같은 것들이 파도를 만나 멋있게 비상할 수 있는 스스로의 힘, 벅차오르는 힘을 느낄 수 있는 노래죠. 이 노랫말이 갖고 있는 힘들이 딱 이시기에 여러분들에게 전달됐으면 해요."
이은미의 명곡 '애인 있어요'를 함께 작업했던 작사가 최은하, 작곡가 윤일상이 이번에도 함께 했다. 이들이 이전과 달라진 건 서정적이었던 노랫말과 멜로디로 수식된 연가를 벗어나 조금 더 넓은 범위의 희망을 얘기한다는 점. 이은미는 셋이 함께 작업하고 끝내 좋은 곡을 완성시킨 소감을 얘기했다.
"윤일상 씨는 항상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 싶어할 때마다 함께 작업을 해주는, 좋은 길잡이이기도 하고 늘 제게 또 다른 에너지와 또 다른 것들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분이죠. 두 분과 작업은 늘 즐거워요. '애인 있어요'는 2006년에 발표됐는데 그때 최은하 씨를 처음 알게 됐어요. 계속 새로운 작업들을 할 때마다 좋은 노랫말을 은하 씨에게, 좋은 음악을 윤일상 씨에게 부탁해왔죠. 제 음악이 3년 만이라 오랜만이지만 작업은 늘 같이 해온 파트너예요."
더불어 이은미는 '알바트로스'라는 새가 현재를 사는 이들에게 가져다 줄 의미를 곱씹었다. 이 과정에서도 최은하, 윤일상과 잘 맞아떨어졌던 작업 과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 에너지를 믿기만 한다면, 누구든 날아오를 수 있다는, 더없이 희망찬 메시지는 어두운 대한민국의 현실을 사는 누구에게도 위로가 될 만 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저게 왜 필요하지? 일반적이지 않은데' 하는 모습을 누구나 갖고 살죠. 알바트로스에 그런 것들이 표현돼 있고, 제게도 새로운 날개를 펼 수 있는 음악이 됐어요. 누구나 스스로 갖고 있는 가능성들이 멋지게 펼쳐질 수 있는, 그 에너지를 믿기만 한다면. 그 벅차오르는 느낌을 멜로디가 표현했다는 게 놀라웠고, 은하 씨가 멋진 노랫말로 완성시켜줬어요."
이은미의 '알바트로스'는 어쩌면 예상 가능한 것이기는 했으나,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느냐 하는 의문을 조금은 들게했다. 대선 정국이고, 흐름을 타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 가능성은 분명 있었다. 하지만 이은미는 "할 일을 했다"면서 오히려 시원하게 반응했다.
"올해 제가 28년째예요. 보컬리스트로서 신체의 노화를 경험하는 것은 아주 특별하고도 힘든 경험이죠. 혼란스럽기도 하고 어떤 음악을 해야 할지, 여러분과 어떤 얘기를 해야할지 고민이 많기도 했어요. 작년에 국가적 혼란이 닥치면서 저 또한 패닉에 빠졌었고 마음이 황폐해서 도저히 노래를 부를 수도 없었죠. 빈 주말에 광화문에서 여러분과 촛불을 들면서 '우리 모두가 에너지를 나눌 수 있구나. 나도 내 안의 넓은 날개를 다시 한 번 펼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고 두 분께 작업을 다시 청했어요. 저 역시 무너졌었지만, '알바트로스'를 부르게 될 것 같다고 윤일상 씨에게 말한 뒤로는 일사천리로 곡이 완성됐죠."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는 '블랙리스트'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이은미는 "부담을 느끼기보다, 저를 걱정해 만류하는 주변 분들을 거부하는 게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름이 알려진 대중문화예술인으로 발언 하나 하나에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오히려 가벼운 마음이라고 했다. 자연스레 촛불집회에서 무대에 오른 이유도 설명이 됐다. 이 모든 감정과 소신을 이은미는 그저 음악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실제로 블랙 리스트와 화이트 리스트가 존재했던 것이 밝혀졌죠.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알력이 존재하지 않은가 의심하고 있었고, 모든 사람들이 그걸 알고 있고 저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어요. 불특정 다수의 사랑을 받고 28년이란 아주 긴 시간동안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기왕이라면 여러분들의 사랑, 좋은 힘을 좋은 쪽에 쓰이게 하는 것이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이 아닐까요. 그것이 정치적이든, 사회적이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따뜻하고 살만한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면 기꺼이 노래할 수 있어요. 앞으로도 그런 기회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 수 있길 바랍니다."
도울 수 있는 일을 돕고, 오히려 큰 에너지를 받았다는 이은미. 그는 "많은 분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그것들이 저를 곧추세웠다"고 담담히 지난 겨울을 돌아봤다. 그리고 그가 신곡 '알바트로스'를 통해 바라는 바는 거창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 시대를 사는 일반 사람들의 작은 바람과 비슷했다.
"광장에서 경험이 모두 쌓여서 제 음악에 표출됐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요. 곡이 나온 뒤 '진심이 전달됐으면 참 좋겠다'고 윤일상 씨에게 문자 한 통 보냈어요. 광장에서 겪었던 경험을 이 노래에 녹여보려고 최대한 노력을 했고, 여러분이 받아주시면 참 좋겠다 생각했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 대한민국이 너무 많은 압박을 주고 있고 지치고 힘들게 만들고 있잖아요. 사랑 노래 따위를 실컷 부를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양심에 거리낌없기를 바랍니다. 그 신호탄이 '알바트로스'였으면 좋겠고요."
28년째 보컬리스트 이은미. 시간과 시대의 벽에 부딪힌 고충을 얘기하면서 "곡이 너무 어려웠다"고 말해 취재진에게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도 이 노래가 갖고 있는 표현은 그래도 그래야 한다고 했다. 고난과 다름을 딛고 날개를 펼치는 알바트로스처럼, 이은미는 앞으로 다가올 삶을 즐길 준비를 마친 듯 보였다.
"솔직히 말하면 부르기 정말 까다로웠어요. 기존의 폭발적인 감정 표현이나 테크닉적인 건 많이 자제했죠. 노랫말이 갖고 있는 의미, 멜로디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투영하는 맑은 그릇이었으면 했어요. 데뷔 4-5년차 보컬리스트에게 '맨발의 디바'라는 거대한 칭호를 붙여 주셨는데 지금 28년차가 됐더군요. 여러분이 주신 멋진 별명을 끝까지 잘 가지고 갈 수 있도록 좋은 음악가로 남는 게 제 궁극의 목표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