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질책에 바짝 얼어, 요구 거절 못해"
[뉴스핌=김겨레 기자]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삼성을 이용했다며 억울한 입장을 특검 조사과정에서 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 (사장)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이재용 등 5인에 대한 2차 공판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장충기 전 사장의 특검 진술 조서를 공개했다.
조서에 따르면 장 전 사장은 "최 씨가 저희를 농락한 면도 있다는 점을 참작해 달라"고 말했다.
또 "솔직히 정유라 지원이 아니었으면 삼성에서 독일 승마 훈련 프로그램을 시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최씨가 저희를 이용해 정유라 지원을 위장하려 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장 전 사장은 "최씨가 더 많은 돈을 지원받기 위해 허위로 6명을 지원해 달라고 하면서 거액의 계약을 체결한 다음 운영 과정에서 선수 선발을 막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대통령께서 순수하게 승마 종목 발전을 위해 지원을 요구한 것이라면 지난 2015년 7월 이 부회장을 독대했을 때 그렇게 크게 질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저희는 대통령이 화를 내셔서 바싹 얼어 붙어있었기 때문에 최씨가 해달라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장 전 사장은 "그런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저희가 정씨를 지원한 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태도가 많이 바뀌셨다"고 말했다.
이같은 장 전 사장의 진술에 대해 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이 한 번도 정유라를 언급하며 고맙다고 한 적 없다"며 "삼성이 국가적으로 경제에 협조하고 있어서 포괄적으로 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이 계약 금액을 줄이는 과정을 보면 이는 뇌물을 주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