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교통체증, 출퇴근 직장인들 불편 토로
서계동 봉제공장, 교통불편 이유 거래처 끊겨
염천동 수제화 거리도 주차난에 손님발길 ‘뚝’
[뉴스핌=황유미 기자] "보세요. 보고나서 얘기하세요. 이 복잡한 교차로에 차는 이렇게 밀리는데 차도를 넓혀야지 차도를 줄이고 인도를 넓히는 게 말이 돼요?"
지난 3일 서계동 방향에서 서울역 롯데마트 방향으로 이동하던 중년 여성 3명은 고가도로 폐쇄 후 공원이 생기는 데 따른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목소리를 높였다.
서계동 주민 유모(여·57)씨는 "주변 정리 먼저 해야지, 공원부터 만들면 주변이 이렇게 황량한데 뭐 볼 게 있다고 사람들이 오냐"며 중림동 방향과 만리동 방향을 가리켰다.
서울역 서부교차로에 '만리동공원'이 공사 중임을 감안하더라도 중림로 일대 노후 건물들을 보면 확실히 스산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고가가 끝나는 지점의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는 만리동과 다른 느낌이었다.
3명의 여성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2015년 12월 고가도로가 폐쇄된 이후 생긴 교통 정체 불만을 토로했다. 하루 5만대 가까운 차량이 이용했던 고가가 통제됨에 따라 정체가 빈번해진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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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천교 삼거리에서 교통 지도를 하고 있는 자원봉사 모범운전자. 서울역 고가도로 폐쇄 이후 교통 체증을 통제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
유씨는 이어 "서계동 안에 봉제공장들은 '플래카드' 붙이고 난리났다. 교통 정체 때문에 봉제 공장 망한다고, 죽는다고 하더라"며 토로했다.
서울역 서부교차로에 노란색 형광 조끼를 입은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교차로의 신호가 바뀔 때마다 사거리의 각 방향에서 쏟아져 나오는 차량으로 신호를 보냈다. 교통 지도 및 안내를 하는 자원봉사 모범운전자였다.
염천교 앞 삼거리에서 교통지도 봉사를 하는 모범운전자 김모(남·63)씨는 "여기 말고도 퇴계로 등 5군데에서 봉사자들이 교통안내를 하고 있다"며 "고가 폐쇄 이후 필요하다 싶으니까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교통 정체는 출퇴근 시간 뿐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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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공장이 다수 입주해 있는 서계동 주택가에 서울역 고가공원을 반대하는 플래카드들이 붙어 있다. |
만리동으로 출퇴근 하는 박모(여·47·빌딩 관리업체 직원)씨는 "출퇴근 할 때마다 (차가) 많이 막힌다"라고 토로했다.
서계동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주택들이 밀집한 동네였다. 동네 입구 위치한 국밥집에 봉제공장의 위치와 상황을 물으니 "어휴~ 말해 뭐하냐"며 공장 쪽으로 가서 직접 물어보라며 말을 아꼈다.
공장이 밀집됐다는 곳에 도착했으나 사방을 둘러봐도 공장을 알리는 간판 등은 보이지 않았다. 주택 안에 사업체가 입주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빨간 벽돌 주택 벽 한켠에 '서울고가 오픈날. 봉제사업체 모두 죽는날'이란 플래카드가 붙어있었다.
발길을 옮길 때마다, 주택의 벽면과 창틀에 '지역봉제산업 다 죽인다. 고가 공원 개통 불가' '지역봉제활성화 위해 서울시는 무엇했는가' 등 플래카드들을 볼 수 있었다. 해당 플래카드들은 만리동 골목을 따라 계속 이어졌다.
봉제공장에 다니는 이모(여·32)씨는 "고가도로 통행이 금지된 이후 주요 고객인 동대문과 강남 디자이너들이 교통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발길을 끊었다"며 "회사 매출도 절반 가까이 떨어진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고가도로로 5분이면 갈 남대문 시장을 돌아돌아 20분 정도 가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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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천교 수제화 거리. 부흥기를 이뤘던 1970~1980년대와 달리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인들은 "고가 폐쇄 이후 교통량이 늘어나면서 주정차가 안 돼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고 토로했다. |
염천교 수제화 거리도 마찬가지였다. 오후 3시 오고 가야할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염천교를 지나가는 행인들이 전부였다. 통유리에 비친 가게 주인들은 TV나 신문을 보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게다가 1층에 자리 잡은 제화점이나 피혁점 24곳 중 3곳이 문을 닫거나 셔터를 내려놓은 상태였다.
염천교에서 피혁점을 운영하는 민모(남·70)씨는 "고가 생기고 나서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면서 "인근에 주차를 못하니 짐을 내릴 수가 없고, 손님이 차를 멀리 대고 와야하니 그럴 수밖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옆 구두가게는 두달 전에 가게를 내놨는데도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 (수제화 거리가) 폐업 일보직전"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상인들에 따르면 수제화 거리에 손님이 끊긴 것은 점포 앞 갓길에 주차를 할 수 없게 된 영향이 크다. 도·소매를 병행하는 이곳은 소매상들의 트럭이나 고객들의 승용차를 잠시 갓길에 세워놓고 물건을 사가는 방식으로 영업이 이뤄져 왔다.
지난 2015년 12월 고가도로가 폐쇄된 이후 염천교의 교통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가게 앞 주정차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민씨의 피혁집 바로 맞은 편 가로등에는 '불법 주정차 무인단속 중'이라는 노란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서울역 주차장을 제외하고 염천교를 포함해 중림동 및 서계동, 봉전동 일대 지역에서 주차장은 보이지 않았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