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혈세 투입전 금융당국의 자기반성 있어야
[뉴스핌=조인영 기자] '응급환자 수술을 맡겼는데 실패했다. 재수술해야 하는데 같은 의사가 재집도한다고 한다. 당신이 보호자라면 수술을 맡길 것인가?'
대우조선해양에 또 수조원을 집어넣는 금융당국과 정책당국자에 대한 불신이다. 2015년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 이후 대우조선은 4조2000억원을 지원받았다. '더 이상의 추가 지원은 없다'고도 약속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1년 반만에 신규자금만 2조9000억원을 붓기로 했다. 국가경제에 미칠 막대한 파급효과와 5만명의 일자리 상실, 협력업체의 연쇄도산을 감안하면 59조원이 증발한다는 엄중한(?) 이유를 들었다.
대우조선의 5조5000억원(2015년 말) 대규모 적자는 크게 ▲방만경영과 ▲무모한 해양프로젝트 수주 두 가지다. 회사는 무리한 외형확장과 단기 성과 중심의 의사결정으로 3조원이 증발했고, 역량 대비 해양 과다 수주로 약 5조원의 손실을 봤다고 시인했다.
사실, 이런 무모한 수주는 국책은행들의 무분별한 선수금환급보증(RG)없이는 불가능하다. 저가수주 뒤를 봐준 은행과 이를 방치한 정부의 협업이 초래한 결과였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작 산은과 대우조선을 방치한 금융당국에선 지금까지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4조2000억원 지원이 실은 금융위 산하 기관인 산은·수은을 위한 자금이라고 비판받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2015년 대우조선 구조조정을 주도한 금융당국이 다시 구조조정에 손을 대고 있는 점이다. 재차 '신규지원은 없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작년 적자만 1조6000억원이고, 9월까지 예상되는 유동성 부족금만 3조원이다.
수술 실패를 국민세금으로 또 다시 만회하겠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 실패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과 책임을 찾아볼 수 없다. 애초 구조조정 초기 진단부터 잘못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대기업 연구기관 소속 연구원은 "이명박 정부까지만 하더라도 조선산업 방향을 놓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했는데, 이번 정부에선 물어보는 일이 없다. 무슨 생각으로 조선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지 알 수가 없다"고 말할 정도다.
정상화 뒤엔 빅2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뜻도 밝혔는데 '내 코가 석자'인 현대·삼성중공업과 충분히 대화하고 내린 결정인 지 궁금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을 현대와 삼성이 흡수하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새 정권이 불과 두달후 출범하는 데 이같은 말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무책임한 소리"라고 꼬집었다.
불과 2년 사이 7조원이상이 국민들의 주머니서 빠져나가고 있다. 정책당국의 책임있는 자기반성과 보다 구체적인 평가가 아쉽다. '밑 빠진 독 물붓기'식 땜질 처방은 공멸을 낳을 뿐이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