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원진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배우 이하나(34)가 인생작품 하나를 남겼다. 그것도 장르물이다.
OCN '보이스'에서 이하나는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는 절대 청감 능력의 소유자, 112 신고센터장 강권주 역으로 분했다. '보이스 프로파일러' 강권주는 1분 1초, 피해자의 생과 사가 오가는 상황에서 오로지 수화기 넘어 소리만을 가지고 사건 위치와 단서를 유추해냈다. 그는 골든타임팀 수장으로서 팀원들을 이끄는,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로 맹활약을 펼쳤다.
그래서일까. 비중이 컸던 역할만큼 그에게 있어 '보이스'는 평생 잊지 못할 작품이다. 심지어 "머리를 자르고, 염색을 했는데도 나는 여전히 강권주다. 이제는 정말 놓아줘야되나, 실감이 안 난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지금도 나 답지 않게 자꾸만 차분해지려고 해요. 제가 앨범을 준비 중이기도 한데 아직도 극 중 템포를 잊지 않고 있더라고요. 마지막 촬영 후 집에 갔을 때는 또 평소의 저였어요. 운동장을 뛸 정도로 에너지가 남았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였죠. 작품의 흔적, 차분함 덕에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연기에 대한 아쉬움도 짙게 남더라고요. 정말 행복했던 작품이에요"
'보이스'는 마지막회 자체최고 시청률인 6%(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하나는 "이렇게 새로운 장르에 여주인공으로서 사랑을 받은 경우는"이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자신의 연기 변신을 관심있게 지켜봐준 대중들에 느끼는 벅차는 감정이 아닐까. 그는 "우연치 않게 온 기회가 가장 컸다"며 자세를 낮췄다.
"이렇게 새로운 장르에 여주인공으로서 사랑을 받은 경우는 자주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뭐라고 표현해야할 지 모르겠네요. 더군다나 3회분부터 재촬영이 들어가서 방송 사고에 대한 걱정만 가득했던 상황이었어요. 높은 시청률은 기대도 못했는데 깜짝 놀랐어요."
장르물은 주로 남성 역할 위주로 전개가 되는 것이 보편적. 이하나는 극 중 '민폐녀'가 아닌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중추임과 동시에 핵심 사건의 피해자였다. 어떻게 보면 장르물의 전형적인 틀을 깬 것과 마찬가지. 이하나는 남자 배우들 사이에서 "물에 물 탄듯, 술에 술 탄듯 자연스레 어우러졌다"며 화기애애했던 촬영장 분위기를 전달했다.
"가까이 지내는 이성친구는 없지만 제가 현장에서 머리만 풀지 않으면 남자더라고요. 특히 강력1팀 배우들과 장난도 주고받고 같이 와일드해진 느낌이랄까. 출연진들과 스태프들이 배려가 많고 유쾌해서 너무 즐거웠어요. 장혁은 아빠 같은 든든함이 있고 김재욱은 매 신 촬영에 진중함이 멋졌어요. 촬영 내내 찬바닥에 앉아보지 못했어요. 어디선가 방석을 갖다주더라고요. 스태프들의 세심하고 따뜻한 마음이 단연 최고였죠."
그의 말에 의하면 이처럼 호흡이 잘 맞는 현장 분위기는 또 없을 듯 하다. 하지만 "촬영 도중 회식 한 번 없었다"며 아쉬운 이하나다.
"정말 시간이 안 났어요. 하루를 48시간 같이 매일을 보내고 쉬는 날은 보름에 한 번 정도였어요. 세트 안 밖으로 여러 장면을 찍다보니 더욱 시간이 부족했던 듯 해요. 종방연 파티 때 정말 뭉클했어요. 다들 몸이 안 아픈 분들이 없더라고요. 저도 감기에 근육통, 피부트러블까지나서 아주 혼났어요. 그만큼 숨 가쁘게 달려왔다는 증거겠죠? 긴장이 풀려서였던 거 같아요."
높았던 인기만큼 대중들의 관심은 시즌2에 있다. 이하나는 다음 시즌 방송 가능성에 대해 "청신호"라고 조심스레 추측했다. 이유는 마지막회 나레이션에 있다. 그는 "장계장 역 이해영의 '모든 걸 책임지고 사퇴한다'란 대사가 편집됐더라"며 "만약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적극 참여하고 싶다. 함께했던 출연진들 그대로 다시 호흡을 맞추고 싶다"란 간절한 마음을 내비쳤다.
'보이스'는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을 바탕으로 제작된 드라마다. 이하나는 다음 시즌이나 다른 작품에는 꼭 한 번 조명됐으면 하는 사회 이슈가 있다.
"112 센터나 119 구조대원들의 노고나 처우개선 문제가 시급해보이더라고요. 누군가를 구하는 분들이 피해자인 경우가 많은 듯 해요. 매년 희생된 소방관들을 위한 추모식이 있는데 기회가 되면 꼭 참석하고 싶습니다."
이하나는 데뷔 이후 '꽃피는 봄이 오면' '메리대구 공방전' '고교처세왕' 등 주로 통통튀는 매력녀였다. 2년 만의 작품 '보이스'로 스릴러 연기 변신에 성공한 그. 이하나는 또 다시 도약할 기회를 기다리며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배우다.
[뉴스핌 Newspim]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yooksa@newspim.com)